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갖게 되면 생기는 일

1.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갖게 되면 모든 대상이 어느 정도는 다 하찮아 진다.

 

대중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가치들이 상대화되고, 객체화되며, 구조화된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매우 하찮은 행위임에는 틀림없지만, 나의 두뇌 활성화를 위한 개인적 쾌락의 용도, 요컨대 심심풀이로 가볍게 쓰고 있을 뿐이다.


2.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갖게 되면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진정으로 가치있는 존재는 없다고 느껴지게 된다.


지능이 낮은 대중들이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게 되고, 어느 정도는 현실에 체념하게 된다.

 

이는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나 있을법한 전형화된 인간들이 세계 인구의 약 99.99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중들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눈치채지는 못한다. 하여, 큰대(大)에 무리중(衆)을 써서 대중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들이 했던 말은 언젠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 비슷한 누구가가 했던 말이고, 그들이 했던 생각은 언젠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서 비슷한 누군가가 했던 생각이다. 아로에게는 이 같은 사실이 너무나도 명료하게 느껴져서 거의 모든 인간에게 개성이 없음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아로가 볼 때는 진정한 의미에서 아로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인간에게 개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백합과 장미, 포메라니안과 말티즈, 또는 오랑우탄과 침팬지는 각각 다른 개체들이며, 그들이 가진 개성은 구분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개성의 차이가 근소하다는 점에서 나는 그 개성을 개성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다.

 

이 세계로부터의 완벽한 고립 ㅡ 그것은 새로운 문명을 설계해야할 역할을 짊어진 천재에게 부여된 숙명이다.


3.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갖게 되면 필연적으로 가치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된다.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자신, 새로운 사상을 만드는 것도 자신이라는 뿌리깊은 관념이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똬리를 틀게 된다.


누군가를 인용하는 것 따위는 2류, 3류들의 작업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천재에게 있어 누군가를 동경하거나 존경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4.

세계를 점유하고 있는 쓸모없는 식충이들은 집단무의식 차원에서 천재를 혐오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존재론적으로 열등하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를 느끼며 살아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런 것들이 의식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기 보다는, 무의식 차원, 그것도 브라흐만이 짜놓은 집단무의식의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무의식은 너무도 작고 보잘 것 없어서, 자신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인간을 무의식적으로 혐오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천재와 대중의 무의식은 눈에 보이는 세계 이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부터, 서로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자는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각자의 존재론적 역할이 다름을 인정하고(바로 '천재'가 경멸해마지 않는 '식충이'들 또는 '대중'들이 있음으로 말미암아 '천재'도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ㅡ 이 세계는 상대성의 세계이다), 세계 전체를 포용하려고 한다. 본질로서의 세계는 구(球)의 형상이며, 모든 형태의 대립은 인식의 착시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주체와 객체가 통일된 상태의 '나'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갖고 있지만, 아직 현자는 아니다. 현자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아로는 천재이자 대립자일 뿐이다. 특히 자신과 정반대되는 사람들 ㅡ 즉 지적으로 열등한 사람들 ㅡ 에게 가장 주요한 대립자이다.

 

5.

물론 아로 역시 먹고, 자고, 싸며, 사회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기본적인 동물적 욕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중생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4까지 논한 '아로의 특수성'에 모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두 명제 모두 양립가능한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A. 생리학적으로 아로는 매우 평범한 인간이며, 나머지 80억 대중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B. 그러나 정신적으로 아로의 어떤 면들은 2023년 현시점에서 뿐 아니라, 유사 이래 가장 독특하다. 아로는 80억 인류 중 브라흐만의 독자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고 태어난 것이다.

 

6.

진정한 의미에서 천재라면 어느 누구의 권위도, 인정도 필요치 않게 된다.

누군가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천재가 천재라는 사실, 또 천재의 작업이 천재적이라는 사실에는, 한치의 변함도 없다.

따라서 천재의 또다른 특성은 자기완결성에 있다.


* 대칭 구조는 우주적 이원성의 완벽한 구현이기 때문에, 홀수 5로 끝맺는 것보다는 짝수 6으로 끝내게 만드려는 충동을 부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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