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을 3억에 판매하는 카리브해의 세인트키츠 네비스

 

8.2. 시민권 판매[편집]

다른 카리브해 혹은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투자이민이라는 이름으로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국적 장사를 한다. 이민을 장려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적 장사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의무체류는 물론이고 입국할 필요조차 없이 그냥 3억원 정도의 돈만 내면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영국, 유럽을 비롯한 130여개국의 국가와 무비자협정을 맺은 터라 이 나라의 국적만 가지고 다른 나라에 살면 되기 때문에 돈만 많으면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4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25만 달러 이상을 이 나라의 사탕수수 산업에 기부해야 한다. 그나마 설탕 산업이 유일하게 기대는 이 나라의 희망인지라 이걸 키우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었다. 다만 처음부터 유용하게 쓰였던 것은 아니고 1984년에 처음 만들어졌기는 했지만 귀화해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별로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여겨졌다. 그러다가 2005년에 사탕수수 재배 농장이 잇달아 폐업하자,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고 범죄율은 늘어나는 등 상황이 나빠졌다. 이에 궁여지책격으로 시민권 취득 조건을 완화하고 해외 부자들에게 세인트키츠 네비스 국적취득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고, 세인트키츠 네비스 정부 입장에서 매년 수천만 달러 이상의 세수를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2008년 금융위기도 거뜬히 넘겨나가며 나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는 1인당 GDP가 18,000달러 선으로 카리브 해 소국들 중에서 가장 높다.

딱히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전이랄 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섬나라의 국적을 도대체 외국인들이 왜 구매하는가 하면 그 목적은 다름 아닌 탈세다. 세인트키츠 네비스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조세 피난처로 전세계에서 부유층들이 국적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나라들 중 한 곳이다. 때문에 부패를 척결하고 탈세를 적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상적인 국가들과 사이가 좋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텔레그램의 개발자 파벨 두로프의 경우처럼 정치적 망명을 위해 국적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두로프의 경우 푸틴 정권과의 마찰 끝에 러시아를 떠난 뒤 이곳 국적을 구입한 것으로, 2015년에 25만 달러(한화 3억원)를 주고 시민권을 취득했다. #

우병우의 처제 이민경씨는 몇 년 전 남미 온두라스 위조 여권으로 자녀를 국내 외국인 학교에 넣었다가 징역 8개월 형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엔 이 세인트키츠 네비스 국적을 얻어 자식을 다시 다른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에 관해 조선일보 선우정 논설위원[8]은 2016년 7월 22일 거의 약빨고 쓴 듯한 촌철살인 논평 하나를 올렸는데, 보수 정부의 핵심 실세에 대해 조선일보가 이 정도로 극딜하는 논평을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논평은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새 조국' 세인트키츠 네비스가 어디쯤 붙어 있는지 알기나 할까. 우 수석 처제 덕분에 세상 별별 나라 공부를 다 해본다."

9.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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