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당: 우울증으로 자살한 어떤 청년 이야기
출처: https://hohodang.tistory.com/548 [희희락락호호당:티스토리]
아픈 추억이 되살아나다.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한 케이스 중에는 나 호호당 개인적으로도 아픈 추억이 있다. 이젠 10년도 더 된 얘기이다. 오늘 글을 이렇게 정한 까닭도 이 일이 생각나서였다.
지방에서 한의대를 다니던 재기발랄한 청년이 나를 찾아왔다. 얘기 중에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점도 털어놓았다. 태어난 날 日干(일간)이 丁火(정화)였고 3월생인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丁火(정화)인 까닭에 쉽게 정이 갔고 그 바람에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찾아왔다.
그 청년이 우울증을 앓게 된 데에는 부모 특히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인문계 쪽으로 가려는 아들에 대해 그 어머니는 의대를 가라, 그렇지 않으면 최소한 한의대를 가라는 바람에 결국 한의대에 진학했는데 그 이후 심한 좌절을 느끼면서 병세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 손수 달인 경옥고 한 단지를 들고선 내 작업실로 들어왔다. 그냥 여느 때처럼 대했고 함께 저녁을 먹은 뒤 그 청년은 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헤어지는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농담조로 ‘야, 너 영영 작별하려고 온 건 아니지?’ 하고 물었다. 청년은 밝게 웃으면서 ‘아니예요’ 하고선 떠나갔는데 기분이 묘했다. 밝은 웃음이었지만 눈빛은 슬프고 서늘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 날 그 청년은 세상을 떴다. 며칠 뒤 그 어머니가 전화를 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아들이 선생님을 만나고 오면 상태가 좋아지곤 했거든요 하는 얘기도 들려주었다.
붙잡았어야 했는데, 너 뭔가 이상하다, 나하고 얘기를 더 해 하고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는 자책감이 그 후로 몇 년간 나를 괴롭혔다. 지금도 그 눈빛이 내 눈에 선하다.
이럴 땐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죽고 나면 가게 되는 그곳은 삶도 죽음도 없는 곳, 그곳에서 편히 지내시오 하는 말로서 망자를 위로하고 또 나 자신을 위로한다. 때론 가을 낙엽을 바라보면서 ‘보아라, 사라지고 스러지는 것 역시 실은 극히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저 그 놈의 情(정)이 무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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