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사후생에 대한 시니컬한 리뷰 - 일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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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는 세계적인 죽음학자이고 나는 그의 <인생수업>도 감명깊게 읽었던 적이 있다. 사후생이란 당연히 상징적인 의미의 사후 삶, 그러니까 살아있는 사람들 안에 남아 있는 망자의 의미, 그가 남긴 밈을 뜻하려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후에 정말 영혼이 존재하고 영혼의 세계가 실재한다는 아주 본격적인 영계 이야기였다. 회의주의적 유물론자인 나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뇌내망상이었다.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길래, <인류의 기원>을 방금 읽은 나는 시니컬하게 ‘뭐, 그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인간이야? 루시 엄마까지는 희미한 영혼이었고 루시부터는 또렷한 영혼이 있었단 거야 뭐야? 아님 호모 에렉투스부터 영혼이 있었어? 호모 사피엔스부터야? 네안데르탈인도 쳐줄 거야? 아니면 침팬지의 조상과 갈라진 시점부터 인간이야? 기준이 언제야?’ 이렇게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비아냥거리며 책장을 넘겼더니... 세상에나, 띠로리~ 그 이야기도 진지하게 나온다!! 띠로리~ 블랙유머를 다큐로 받다니... <사후생>에서는 700만년 전부터 영혼을 가진 인간이 나왔다고 한다. 그럼 사헬란트로푸스나 오로린부터 주) 영계에 속한다는 거네!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라엘리안인가? 새로운 종류의 창조과학인가? 죽음학회 학회장에 잠입해서 이 사람들 무슨 소리하는지 지켜보고 싶다.
얻은 게 아예 없진 않다.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대체로 평온하다는 안심되는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믿기진 않지만 죽은 자를 마중나오는 존재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사후세계로 떠날 때 누가 마중나오길 바랄까... 생각해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서 슬펐다.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났던 사랑하는 부모나 다른 가족이 마중나온다고 하는데, 나는 엄빠가 마중나오길 그닥 바라지 않는다. 만일 남편이 먼저 간다면 남편이 마중나오면 좋겠지만... 나는 나중에 내 아이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빈다.
이 책을 한의원 대기실에 비치할까 하고 구입했는데, 읽고 난 뒤 책꽂이에서 얼른 치워서 감춰두었다.
주) 호모 사피엔스의 여러 조상들 중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와 오로린 투게넨시스가 700만년 전에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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