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추녀 쌍둥이, 길상천/공덕천 (쾌락)과 흑암천 (불행); 미녀를 갖으려면 미녀와 추녀 둘 다 긍정하거나 아니면 둘 다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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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 한 여인이 찾아왔다. 기품있는 절세미인에 값진 옷과 보석을 걸치고 있었다. 집 주인이 "누구신지요?"하고 정중히 묻자 여인이 답하길 "나는 공덕천(功德天)입니다. 가는 곳마다 행운과 재물을 주지요."라고 대답했다. 집 주인은 기뻐 어쩔 줄 모르며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며 여인을 극진히 집으로 모셔들였다. 그런데 여인 뒤에 웬 여인이 또 하나 서있었다. 끔찍하게 못생긴 데다가 옷도 더러운 누더기였다. "아니, 댁은 누구요?"라고 주인이 묻자 여인은 "나는 흑암천입니다. 가는 곳마다 재난을 가져오고 재물이 소진되게 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주인이 기겁을 해서 칼을 갖고 나와 휘두르며 "썩 꺼져라. 가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쳤다. 그러자 여인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참 어리석군. 방금 그대가 집에 영접한 여인이 바로 나의 언니요. 우리는 쌍둥이로 반드시 붙어 다니게 되어 있소. 내가 떠나면 그 여인도 떠날 것입니다." 주인이 공덕천에게 확인하자 맞다고 하며 "내가 여기 있으려면 내 동생도 여기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이 우화를 우연히 듣고 나름 진지한 고민에 빠졌었다. 내가 집 주인이라면 과연 저 쌍둥이 자매를 모두 맞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모두 내쫓을 것인가 하고. '왜 공덕천만 맞아들일 수 없는거야. 왜, 왜.'라고 투덜투덜 거렸고, '세상이 그런건가?'라는 꽤 어른스러운 생각도 순간했고, '흥, 왜 꼭 그래야 하는데, 난 싫어.'라고 다시 아이같은 생각도 하면서.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던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이야기는 불교 경전인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어른이 된 지금, 공덕천과 흑암천이 쌍둥이, 아니 아예 한 몸의 두 얼굴이며.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새삼 깨닫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그 어느 쪽의 상태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공덕천과 흑암천을 모두 물리치는 것이, 단지 두려워서 물리치는게 아니라 비움과 평정의 상태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물리치는 것이 니르바나(열반 涅槃 : 불교에서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하여 미혹(迷惑)과 집착(執着)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解脫)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세에서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으로서는 공덕전과 흑암천 모구를 맞아들여야 할 것이고, 지금 나보고 택하라면 이쪽을 택하겠다.
그나저나 공덕천은 이 우화에만 나오는 비유적 존재가 아니라 예부터 인도 신화와 불교 설화에 나오는 여신이다. 길상천(吉祥天)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부귀와 행운을 관장하는 아름다운 여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상천을 따로 경배한 경우가 잘 없어서 길상천 그림을 찾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기치조텐(길상천의 일본식 발음)이 중요한 숭배 대상이어서 길상천을 묘사한 그림과 조각이 많이 있다. 맨 위에 있는 메이지 시대의 그림은 아무래도 아래에 있는 가마쿠라 시대의 나무 조각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닌가 싶다. 관세음보살상과는 다르고 도교적 선녀의 모습과도 다른 도상이 무척 색다르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위의 8세기 그림은 일본의 국보라고 한다.
길상천은 산스크리트어의 '슈리마하데비(행복의 대(大)여신)'을 의역한 표현인데, 슈리마하데비는 고대 인도의 유명한 여신 락슈미Lakshimi를 가리키는 말이다. 힌두교에서는 고대 인도 신화속의 여러 신들이 좀더 발전된 형태로 숭배된 반면, 불교에서는, 부처와 보살에 비해서는 지위가 낮은 불법을 수호하는신들 정도로 받아들여 졌는데 이를테면 창조신 브라흐만 Brahaman은 범천(梵天), 파괴신 시바 Shiva는 대자재천(大自在天)이 되는 식이고, 유지신 비슈누 Visnu의 아내인 락슈미는 길상천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도에서 통용되는 락슈미의 모습. 락슈미 역시 아름다움, 행운과 부의 여신으로 인도 대중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똑같은 여신이 이렇게 서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다른 보습으로 표현되는 것이 재미있구나.
불교신화에서의 길상천은 비슈누의 아내가 아니라 사천왕중 하나이 비사문천 毘沙門天 (인도신화의 쿠베라 Kubera)의 아내로 되어 있다고 한다. 비사문천은 절에 가면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사천왕 중에 비파를 들고 있다.
수미산의 동, 서, 남, 북에서 불법을 수호하고 인간의 선악을 관찰하는 사천왕 중 북방 비사문천(또는 다문천왕)으로, 검은빛을 띠며 비파를 들고 줄을 튕기는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은 불국사 사천왕문의 것이다.
<자료출처: 문소영 기자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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