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루소: 고귀한 야만인,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 사회계약론 / 공산주의와의 관련성 / 버나드 크릭의 비판

 

 

루소의 철학에서의 모순성은 매우 흥미로운 논점입니다. 그가 '고귀한 야만인'을 찬양하고 문명 사회 이전의 인간을 이상화한 점은, 본래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관점에 근거합니다. 루소는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타락하고, 특히 사유재산의 등장과 함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그는 인간 본래의 순수한 상태를 이상화한 것이죠.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사회계약론에서 근대 국가의 필요성과 그 정당성을 설명합니다. 사회계약은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와 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인데, 이때 중요한 개념이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입니다. 루소에 의하면, 사회계약을 통해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를 일부 양도하고, 그 대신 공동체의 이익과 공공의 선을 위한 법과 질서를 따르게 됩니다. 즉, 자유민주주의근대 국가의 틀을 구축하려는 의도였죠.

이 두 관점 사이의 모순은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1. 자연 상태와 사회계약의 차이:
    루소는 문명 이전의 상태를 단순히 ‘이상적’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통해 인간이 가졌던 ‘자유로움’과 ‘평등’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는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생긴 불평등, 권력 집중, 그리고 그로 인한 개인의 자유와 평등의 상실을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사회계약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본 것이죠. 문명사회에서 자유를 재정립하는 방법이 바로 사회계약이었습니다.

  2. 자유와 공공선:
    루소는 자유를 개인의 자율적 결정을 중시하는 것만으로 정의하지 않고, 그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공공의 이익을 따르는 것과 일치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사회계약을 통해 개인은 ‘일반 의지’에 따라 행동하며, 그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의미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유는 단순히 개인의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한 의지에서 나온 자유입니다. 이 점에서 루소는 문명사회에서도 '고귀한 야만인'의 순수함을 보존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근대 국가와 고귀한 야만인:
    루소는 문명 사회의 불평등을 비판하면서도, 사회계약을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근대 국가에서 사람들이 단순히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권자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는 고귀한 야만인과 근대 국가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화된 사회에서라도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루소의 철학에서 ‘고귀한 야만인’의 이상과 사회계약론은 완전한 모순이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문명 사회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자유와 평등을 회복하려는 루소의 시도는, 자연 상태에서의 이상적인 삶을 현대적인 정치질서 안에서 실현하려는 일종의 이상적 비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루소의 사상과 공산주의의 관계

루소의 사상을 공산주의의 프로토타입으로 보는 관점은 어느 정도 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정확히 어떻게 해석할지는 조금 더 섬세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질서를 제시했으며, 그 중심에는 자유평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사유재산과 그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비판이 루소 사상의 핵심입니다.

  1. 사유재산과 불평등:
    루소는 사유재산이 인간의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개인들이 자신만의 사유지와 자산을 가지게 되면서, 이것이 갈등과 불평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공산주의에서 사유재산의 폐지와 재분배의 개념과 일정 부분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을 공공의 소유로 돌리자는 주장인데, 루소의 철학에서도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평등을 없애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2. 일반 의지와 공동체 중심:
    루소의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의미하는데, 이는 각 개인이 공공의 선을 위해 자신의 일부 자유를 양도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런 사고는 공산주의에서의 집단적 공동체의 이익을 강조하는 부분과 유사합니다. 루소는 개인주의를 비판하고, 공동체의 조화를 통해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봤죠.

하지만 루소는 공산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세운 사람은 아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루소는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으면서도 평등을 중요시한 인물이었고, 공산주의의 경제적 측면보다는 주로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강조했기 때문에 공산주의의 '경제적' 접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루소의 철학이 공산주의의 초기 아이디어비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프로토타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루소는 주로 정치적 이상을 중시했으며, 경제적 평등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버나드 크릭의 비판

버나드 크릭(Bernard Crick)이 루소의 철학을 비판하며 말한 **"for rights to have any meaning they must adhere to particular institutions: the rights of Englishmen are, indeed, necessarily more secure than the rights of man."**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권리는 특정 제도에 의존해야 한다':
    이 구절은, 권리가 실질적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구체적인 제도법적 체계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인권(rights of man)은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제도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 영국인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보다 더 안전하다:
    "The rights of Englishmen"은 영국에서 인정된 법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당시 영국의 법 체계에서는 개인의 권리가 상대적으로 잘 보장되고 있었고, 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적 틀 내에서 보장되는 권리였습니다. 반면, 인간의 권리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그것이 실제로 적용되고 보장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3. 루소의 이론에 대한 비판:
    루소가 주장한 자유와 평등은 매우 이상적인 개념이지만, 그것이 실제 사회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루소의 일반 의지(La volonté générale)와 같은 이론이 이상적이지만, 그것이 실제 사회에 어떻게 적용되고 구체화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루소의 철학이 매우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서 실제 정치적 실천으로 옮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결론

버나드 크릭의 말은 루소의 이론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이 있습니다. 루소가 주장한 자유와 평등이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정치체계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와 법적 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즉, 추상적인 인간의 권리구체적인 법과 제도에 의해 보장되어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루소의 이론은 현실적인 제도적 틀을 결여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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