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기도, 감사 명상에 대한 단상

언제부턴가 '감사 기도'라는 것이 뉴에이지계의 보편적 명상 기법이 되었는데,

나는 이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다.


지능이 어설픈 사람들에게는 감사 기도가 잘 먹힐지 모르겠지만,

지능이 날카로운 사람들에게는 이 기도가 애초에 잘 먹히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우선 감사 기도에는 감사를 드리는 대상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그 대상을 사회, 자연, 우주, 하느님 등 불가해하고 초자연적인 존재로 상정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찮은 당신들의 기분 좀 편해지자고,

이 세계를 온갖 악의 수렁에 빠뜨린 그 존재에게

감사 기도를 하자니,

그런 유혹에 쉽게 휘말릴만큼 당신들은 비겁하고 멍청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지 않다.

 

그림자 정부, 약육강식, 빈부격차, 경제위기, 기아, 폭력, 인종차별, 고문, 전쟁, 학살, PTSD, 난민, 아동학대, 불륜, 고아, 이룰 수 없는 사랑, 성소수자, 성욕, 성도착증, 장애인, 희귀병, 말기암, 화상 피해자, 한센병, 고엽제 피해자, 기형아, ADHD, 틱장애, 투렛 증후군, 마약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온갖 괴로움과 모순의 원천인,

하느님 이 개자식을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단 말이다.

 

감사 기도는 커녕 침을 뱉고 싶어질 때가 있단 말이다.

 

따라서 자기 애인에게 감사 기도를 하는 것은 허용될지 몰라도,

이 세계를 낳은 녀석에게 감사 기도를 한다는 건,

(더군다나 불교식으로 따지면 이 세계를 낳은 녀석은 다름 아닌 당신 자신이다 - 이 얼간이들아!)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이다.


여러분들이 감사 기도라는 테크닉에 쉽게 빠질 수 있는 것은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이 멍청하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원래 멍청하면 순수하고,

또 순수하면 불이법을 깨닫기가 쉬운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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