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탄핵이 일단락 되었으니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학 얘기를 하는게...
처음하는 얘기도 아니고, 전에 썼던 논문(요기, 요기)과 비슷한 주장이긴 한데, 논리를 가다듬고, 분석을 정교화해서 새로운 논문을 썼다. 결론인즉, 아시아계 미국인의 학력이 높은 이유는 문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회학에서 아시아계의 교육 성취에 대한 문화적 설명은 구조적 설명과 대비해서완전 비주류 취급을 받는다. 문화를 얘기하면 인종주의자라는 비판도 심심치 않게 듣고. 이 번 논문의 목표는 문화적 설명의 위치를 이론적으로, 또한 경험적 발견의 측면에서 구조적 설명과 비슷한 레벨로 올리는 것이었다.
아시아계의 학력이 높은 이유에 대한 이론으로 (1) 본국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긍정적 선택 (contextual selectivity), (2) 고학력이 다수 (hyper-selectivity), (3) 지역 리소스 (community resources), 그리고 (4) 민족 문화의 4가지가 있는데, 이 중 가장 인기없는 설명이 (4) 문화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사회학의 상식과 달리 이 이론들 중 문화의 설명력이 가장 높다는거다.
데이터는 1940년 센서스 전수자료를 1930년대 센서스 전수자료와 링크해서 1940년대 18-28세 응답자가 1930년대 8-18세일 때 부모의 특정한 후, 부모와 자녀의 학력 수준을 모두 파악한 것이다. 미국 센서스에서 교육수준은 1940년대에 처음 물어보기 시작했다.
핵심 경험적 발견은 1940년대 아시아계 부모의 평균 학력이 백인보다 낮고 (그래서 hyper-selectivity가 없고), 크게 차별받고, 교육리턴도 작은 상황에서 (그래서 community resources가 작동하지 않고), 본국에서의 상대적 위치(= contextual selectivity)를 고려해도 아시아계 자녀의 교육 성취가 백인보다 높더라는 얘기다.
아래 그래프는 다른 변수를 통제하지 않은 것이지만, 부모의 학력에 따른 자녀의 교육성취를 나타낸다. 보다시피 1940년대에 아시아계는 부모 학력에 상관없이 자녀들의 학력 수준이 비슷하지만, 다른 인종은 그렇지 않다. 이 결과는 사회학에서 지위성취이론(Status attainment theory)이라는 자녀 교육은 가족 배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확립된 이론의 예외적 케이스다. 이 때문에 아시아계의 교육성취는 Asian American Achievment Paradox (AAAP)라고 불린다.
이런 결과에 대한 가장 큰 반박은 설사 학력 수준이 낮더라도 아시아계 이민자는 이민 모국의 상층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Contextual selectivity가 이 주장이다. 원래 뭔가 잘난 사람들인데, 본국의 경제발전 미비와 교육 미발전으로 학력이 낮아보일 뿐이라는거다. 그래서 세대 간 상대적 이동을 보면 원래 잘난 집안의 자녀들의 학력성취가 좋다는 거다. 달리 말해 아시아계의 학력 성취도 지위성취이론의 예상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그러니까 패러독스처럼 보이는 현상이 사실 상대적 지위를 무시해서 생긴 생략변수편향이라는 비판이다.
이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서 Barro & Lee의 자료로 contextual selectivity를 조정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교육의 contextual selectivity를 하위 20%, 그러니까 부모 교육 수준이 본국의 하위 20%로 셋팅해도 동아시아계 이민자 자녀의 교육성취가 다른 그룹보다 높다.
여기서 또 다른 반론은 교육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아시아계 이민자가 선택된 그룹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아계 이민자는 교육 뿐만 아니라 근성, 직업 등에서 뭔가 긍정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는 selectivity 가설이다. 그래서 살펴본게, the lowest of the low의 경우이다. 1930년 센서스 조사에서 문맹이었고, 1940년 조사에서 교육 연수가 0이고, 직업은 단순노무직인 부모의 자녀들이다. 이 그룹이 뭔가 긍정적 선택일 가능성은 작다. 이 그룹은 비슷한 조건의 라틴계 이민자보다 더 부정적 선택인 그룹일 가능성이 크다. 지위성취 가설이 맞거나, 이민자 선택편향이 아시아계 교육성취의 원인이라면, 이 그룹에서는 아시아계의 교육성취는 다른 인종과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에 반해 문화가 원인이라면 the lowest of the low인 이 그룹에서 인종간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결과는 문화적 설명과 일치한다.
문화적 설명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동아시아계와 필리핀계의 차이다. 본국 대비 선택, 그러니까 contextual selectivity 측면에서 동아시아계와 필리핀계의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필리핀계는 동아시아계보다 교육 성취가 낮다. 동아시아계 내에서도 일본계는 이민자 규모가 크지만, 한국계는 일본계의 몇 십분의 일이다. 즉, 커뮤너티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 당시에 한국계 미국인은 독립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일본계와 반목했다. 같이 리소스를 공유하지 않았다. 한국계가 일본계와 학력 성취가 비슷하다는 것은 커뮤너티 리소스보다는 문화가 더 작용한다는 간접적 증거다.
그리고 아시아계의 교육 성취는 사는 동네에 아시안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안 중에서 학력이 높은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그 지역에서 교육을 더 중시하는지 등등과 무관하다. 지역에 상관없이 아시아계 자녀의 학력이 높다. Hyper-selectivity 가설은 개별 가족배경이 아니라 동네 전체의 가족배경이 중요하다는 얘기니까, 집단 차원의 지위성취이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의 학력 성취는 집단 차원의 가족배경과도 무관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평균 교육 수준이나 고졸 성취에서는 위의 설명과 같은데, 대졸 학력에서는 아시안 중 학력이 높은 비율이 높은 동네에 사는 자녀들의 대졸 취득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아시안은 대학 나와도 전혀 대접을 못받던 시절에, 동네에 대학 나온 아시안이 많으면 여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당시에 대졸자가 10% 미만이니까 대졸이면 엘리트다. 대중 교육 보다는 엘리트 교육에서 동네 효과가 더 중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두 가지 더.
하나는 이 논문이 어떻게 구조적 설명과 문화적 설명을 같은 레벨의 논의로 만드는지다. 선택편향을 중시하는 구조적 설명도 아시아계의 학력이 높은 직접적 이유는 문화라고 말한다. 이 때의 문화는 학력이 높은 아시아계 이민자의 중상층 문화가 하위계층에도 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급문화라는 말이다. 이에 반해 문화적 설명은 본국의 문화가 자녀 세대에 전파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다. 민족문화다. 전자는 커뮤니티를 통한 문화의 전파, 그러니까 문화의 horizontal transmission이고, 이는 고학력자가 많은 이민자의 구성 (composition effects) 때문이다. 후자는 세대를 통한 문화의 전파, 그러니까 문화의 vertical transmission이고, 이민자의 유입 (constant influx of immigrants) 때문이다. 전자는 고학력 이민자의 지속적 유입이 중요하고, 후자는 이민자의 지속적 유입이 중요하다. 즉, 구조적 설명과 문화적 설명 모두 문화의 전파에 대한 이론이고, 그 기제는 이민자의 구성이냐 유입이냐의 차이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에 효과에 대한 persistence of culture 설명이다. 문화의 형성은 주체의 의지가 아니라 <지역*시간>에 따른 우연(idiosyncrasy)의 산물이고, 한 번 형성된 문화는 지속적으로 효과를 끼친다고 논문에서 주장했다. 경제학, 정치학에서 이루어진 논의를 사회학에 들여온 것이다.
Ps.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큰 관심있는 주제는 아니겠지만, 이 논쟁은 사회학, 그 중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교육성취와 연관된 인종 간 교육 격차에 대한 핵심 논쟁 중 하나다. 굳이 한국에 적용한다면, 한국인의 교육 성취가 높고, 가족 배경의 영향력이 다른 국가보다 작은 이유가 문화 때문이라는거다.
Pps. 이 논문은 이 블로그를 오래 운영한 덕분이기도 하다. 저도 원래 문화적 설명에 비판적 입장이었는데, 2020년이 포스팅에 달린 여러 선생님들의 댓글 (특히 무명, Baek 선생님) 덕분에 문화적 설명에 대한 최근 경향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제 생각을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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