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큰 것을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작은 것을 다스리지 않는다: 열자, 한신, 방통, 한유, 그리고 백락의 고사 / 괴테: 가로되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고, 머슴은 머슴을 알아본다
열자 제 7편 발췌
어느 날 양주가 양왕을 만나 말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손바닥을 다스리는 것보다 쉽습니다.”
양왕이 물었다.
“선생은 한 집안에서 단 한 사람의 아내와 한 사람의 첩도 잘 거느리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는 밭의 김도 제대로 못 매면서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고 하니 무슨 말입니까?”
양주가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양치는 목동을 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백 마리나 되는 양의 떼를 키가 다섯 자 밖에 안 되는 작은 아이가 채찍 하나를 어깨에 메고 양의 무리를 몰 때, 동으로 몰고 가고 싶으면 동으로 몰고 가고, 서쪽으로 몰고 가고 싶으면 서쪽으로 몰고 다닙니다.
그러나 옛날 한 나라의 임금이었던 요임금에게 앞에서 양 한 마리를 끌게 하고 그 뒤에서 순임금에게 채찍을 메고 몰아가라 하면 아마 잘 몰고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제가 듣기에「배를 집어삼킬 만한 물고기는 작은 개천에서는 헤엄치지 않고,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는 더러운 물에서는 모이지 않는다」라고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극히 멀리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또,「황종과 대여는 세속적인 음악을 시끄럽게 연주하는 무도곡에 박자를 맞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너무 조잡하기 때문입니다.「장차 큰 것을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작은 것을 다스리지 않고, 큰 공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반대말: 콩심은 곳에 콩난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알 수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는 안 새랴
한유
世有伯樂(세유백락),然後有千里馬(연후유천리마)。 千里馬常有(천리마상유),而伯樂不常有(이백락불상유)。 故雖有名馬(고수유명마),衹辱於奴隸人之手(지욕어노예인지수), 駢死於槽櫪之間(변사어조력지간),不以千里稱也(불이천리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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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백락(伯樂)이 있은 후에야 천리마(千里馬)가 있게 된다.
천리마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백락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비록 명마가 있다고 할지라도, 다만 노예의 손에 의해서 모욕을 당하고,
마구간에서 보통 말들과 나란히 죽게 되어 천리마로 불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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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伯樂(백락) : ≪經典釋文(경전석문)≫에서 “성은 손(孫)이고 이름은 양(陽)으로 말을 잘 부렸다. 석씨성경(石氏星經)에 이르기를 백락(伯樂)은 하늘의 별 이름으로 천마(天馬)를 담당하는데 손양(孫陽)이 말을 잘 부렸기 때문에 그것을 이름으로 삼았다[姓 孫 名 陽 善馭馬 石氏星經云 伯樂 天星名 主典天馬 以孫陽善馭 故以爲名].”라고 했다. 한편 성현영(成玄英)은 “≪列子(열자)≫에 이르기를 성은 손(孫)이고 이름은 양(陽)이며 자(字)는 백락(伯樂)이다. 진(秦) 목공(穆公) 때 말을 잘 다루던 사람이다[列子云 姓孫 名陽 字伯樂 秦穆公時 善治馬人].”라고 했다.<장자 마제편>
○ 衹辱(지욕) : 다만 모욕을 당하다. 衹는 다만 ‘지’
○ 駢死於槽櫪之間(변사어조력지간) : 보통 말들과 나란히 죽게 된다. 駢死(변사)는 나란히 함께 죽음을 말하며 槽櫪(조력)은 말구유와 마판(마구간의 바닥에 깔아 놓은 널빤지)의 뜻으로 마구간의 말들과 머리를 나란히 하여 죽게 된다는 뜻이다.
馬之千里者(마지천리자),一食或盡粟一石(일식혹진속일석)。 食馬者(사마자),不知其能千里而食也(부지기능천리이사야)。 是馬也(시마야),雖有千里之能(수유천리지능), 食不飽(식불포),力不足(역부족),才美不外見(재미부외현), 且欲與常馬等不可得(차욕여상마등불가득),安求其能千里也(안구기능천리야)? 策之不以其道(책지부이기도),食之不能盡其材(사지불능진기재), 鳴之而不能通其意(명지이불능통기의),執策而臨之(집책이임지),曰(왈): “天下無馬(천하무마)!” 嗚呼(오호)!其真無馬邪(기진무마야)? 其真不知馬也(기진부지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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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라고 하는 것은 한 끼에 간혹 한 섬의 곡식을 먹어 치우는 일도 있다.
말을 기르는 자는 그 말이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는지도 모르고 먹인다.
이 말이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먹는 것을 배부르지 않게 하면 힘이 부족하여 재능의 훌륭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고,
또 보통 말과 같아지려 해도 될 수 없으니, 어찌 그 말이 천 리를 달릴 수 있기를 바라겠는가?
채찍질하면서 도리로 하지 않고 먹여주지만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하며,
울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채찍을 들고 다가서서 말하기를,
"천하에는 좋은 말이 없다"고 하니,
아! 참으로 좋은 말이 없는 것이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026_(卷二)
木在山(목재산)하며 : 나무가 산에 있고
馬在肆(마재사)하되 : 말이 시장에 있되
過之而不顧者(과지이불고자)가 : 그들 앞을 지나면서 거들떠 보지 않는 이가
雖日累千萬人(수일루천만인)이라도 : 하루에 수천 수만 명이라도
未爲不材與下乘也(미위불재여하승야)니이다 : 재목감이 못된다거나 나쁜 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及至匠石過之而不睨(급지장석과지이불예)하며 : 그러나 유명한 목수 장석이 그 앞을 지나면서도 눈여겨 보지 않고
伯樂遇之而不顧(백락우지이불고)면 : 유명한 말 감정가 백낙이 그것을 대하고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면
然後知其非棟梁之材(연후지기비동양지재)하고 : 그런 뒤에야 그것이 좋은 재목이 아니고
超逸之足也(초일지족야)니라 : 빠른 발을 가진 말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以某在公之宇下非一日(이모재공지우하비일일)이오 : 모는 공의 문하에서 지낸 지 하루 이틀이 아니며
而又辱居姻婭之後(이우욕거인아지후)하니 : 또한 인척관계로도 욕되이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是生于匠石之園(시생우장석지원)이오 : 이는 장석의 뜰에서 생장하고
長于伯樂之廐者也(장우백락지구자야)라 : 백낙의 마굿간에서 자란 것과 같습니다.
於是而不得知(어시이불득지)면 : 여기에서 알아줌을 얻지 못한다면
假有見知者千萬人(가유견지자천만인)이라도 : 비록 보고 알아주는 사람이 천만 인이 있게 된다해도
亦何足云耳(역하족운이)리오 : 어찌 족하다할 수 있겠습니까?
今幸賴天子(금행뢰천자)가 : 지금은 다행히도 천자께서
每歲詔公卿大夫貢士(매세조공경대부공사)하여 : 해마다 공경대부들에게 명을 내려 선비들을 추천 하여
若某等比(약모등비)라도 : 모와 비슷한 사람들도
咸得以薦聞(함득이천문)이라 : 모두 천거되어 알려졌습니다.
是以冒進其說(시이모진기열)하여 : 이 때문에 무례를 무릅쓰고 이러한 말씀을 올려
以累於執事(이루어집사)하니 : 공께 누를 끼쳐 드리니
亦不自量已(역불자량이)나 : 또한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한 짓이기도 합니다마는
然執事其知某何如哉(연집사기지모하여재)오 : 공께서는 모를 어떠한 사람으로 알고 계시는지요.
昔人有鬻馬不售於市者(석인유죽마불수어시자)러니 :
옛날에 어떤 사람이 말을 시장에 내다 팔려고 했으나 팔리지 않게 되니
知伯樂之善相也(지백락지선상야)하고 : 백락이 말을 잘 감정하는 것을 알고는
從而求之(종이구지)하니 : 그에게 가서 말을 잘 보아줄 것을 청하니
伯樂一顧(백락일고)에 : 백락이 한 번 보아주자.
價增三倍(가증삼배)이로소이다 : 말값이 세배로 뛰었다고 합니다.
某與其事(모여기사)로 : 모의 경우 그 일이
頗相類(파상류)이로소이다 : 자못 비슷합니다.
是故始終言之耳(시고시종언지이)로다 : 그런 까닭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야기를 말씀 드린 것입니다.
첫째는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로. 백락이 한 번 뒤돌아본다는 뜻이다. 어느 날 말을 팔려는 사람이 백락에게 와서 말 감정을 부탁했다. 그 사람은 꼭두새벽부터 말을 팔려고 나왔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사려고 하지 않아 난감한 지경에 있었다. 간곡한 부탁에 못 이겨 따라나선 백락의 눈에 비친 그 사람의 말은 생각보다 훨씬 좋은 준마였다. 놀란 백락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탄하는 표정을 지은 채 한동안 말을 바라보다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를 떠났다. 유명한 백락이 그리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그 말을 사려고 했고, 말 주인은 처음 생각했던 값의 열 배가 넘는 돈을 받고 말을 팔 수 있었다.
둘째는 백락상마(伯樂相馬). 백락이 말을 관찰한다는 뜻이다. 초나라 왕이 백락에게 좋은 말을 구해오라는 명을 내렸다. 명을 받은 백락이 길을 나서던 중 소금장수의 마차와 마주쳤다. 소금마차를 끌던 말은 비쩍 마르고 볼품없이 생겨 언뜻 보기에는 아무데도 쓸데없어 보이는 말이었는데, 천하의 명인이었던 백락은 단번에 그 말이 천리마의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직감했다. 불세출의 천리마로 태어나 왕을 태우고 세상을 호령했어야 할 말이 보잘 것 없는 먹이를 먹고 비쩍 마른 채 소금수레를 끌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백락은 절로 측은지심이 들어 입고 있던 베옷을 벗어 말의 잔등을 덮어 주었다. 그러자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데 감격해 길고 우렁차게 울었다.
소금장수에게서 말을 사 온 백락이 초나라 왕에게 그 말을 보이자, 초나라 왕은 대뜸 화를 내었다. 좋은 말을 구해오라 했더니 웬 비루먹은 말 한마리를 끌고 덜렁덜렁 왔으니 화가 날 수밖에. 하지만 말에 대해서는 이길 자가 없다는 백락이 강권하는지라 초나라 왕도 못 이긴 체 며칠간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백락이 비루먹은 천리마에게 나라 안에서 가장 좋은 먹이와 마굿간을 내주어 힘써 보살피니 말은 곧 비쩍 말랐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위풍당당한 천리마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에 초나라 왕이 몹시 기뻐하며 바로 말 위에 올라타 채찍을 한 번 휘두르니 말은 그 길로 천 리를 질주했다 한다.
이 두 가지 고사는 모두 재능이 세상에 어떻게 드러나고 어떻게 쓰이는가에 관한 우화로서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伯樂敎其所憎者相千里之馬, 敎其所愛者相駑馬
以千里之馬時一有, 其利緩 駑馬日售, 其利急 - 韓非子 第23篇 說林
큰 나무는 대들보로 쓰고 작은 나무는 서까래로 쓰며, 기둥 위의 방목, 들보 위의 동자, 기둥, 문지도리, 문비도리, 문빗장, 문설주 등도 각기 가장 적합한 재목을 써서 집을 짓는 것이 목수의 공이라 할 수 있다.
옥찰, 단사, 적전, 청지 같은 귀중한 약재와 거전초, 마비균, 낡은 북 가죽 같은 흔하고 값싼 약재를 모두 모아 간수하여 처방에 따라 제조할 때 없는 재료가 없도록 하는 것은 의사의 현명함이다.
인재의 등용에 명찰하고 공정을 기하여 능숙한 이나 서툰 이를 아울러 이끌어 주며 중후하고 재능 있는 이를 훌륭하다 하고 능력이 탁월한 자를 걸출한 인재라 하여 그 장단점을 비교하고 헤아려서 오직 기량과 능력에 맞게 가장 적합한 자리에 쓰이게 하는 것은 재상의 방법과 계략이다.
-진학해(進學解)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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