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대한 우리의 (좋은)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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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동생과 채팅을 하다가 스위스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해 너무 좋은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떤 착각인지 정리해 볼까요?
1. 스위스는 복지국가다.
-노노노~
스위스는 부자나라이지 복지국가는 아닙니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북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덴마크 등과 비교를 해보았을 때 정말 그들의 절반도 안되는 복지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 세금을 훨씬 적게 내거든요.
복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그게 공짜로 어디서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하는 것이 그래서 사기랍니다.)
스위스의 경우 최저 세율이 13%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나 스웨덴의 경우 최소가 30% 정도이고, 중간만 넘어가면 연봉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옆 나라 프랑스의 경우도 만만치 않더라구요.
세금을 덜 내니 당연히 돌아오는 것도 적습니다. 사람들은 아예 국가가 뭘 좀 해줄거란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병원비 무료라던가 놀이방 무료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육아휴직도 없습니다. 출산휴가만 12~20주 정도가 주어질 뿐... 그래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꽤 많습니다. 놀이방을 보내면 되지만 그 돈이 만만치가 않거든요.
2. 스위스인들은 부자다.
-네, 맞습니다.
최저임금이 월 350만원이고, 평균 샐러리맨 월급이 월 600~700만원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은행권이나 보험계는 월급이 제일 센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은행권에서 견습을 시작해서 학교 졸업을 하고 정식 사원이 되면 만 18살의 나이에 월 600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가는 돈은 더 많습니다.
혼자 원룸에서 살아도 월세만 100만원 이상 나가고, 4인 가족의 경우라면 시 외곽이라도 월세 300만원 이상은 생각을 해야 합니다.(제네바의 경우 그나마 괜찮은 아파트 살려면 최소 400만원) 그래서 연봉이 거의 억에 가까워도 방 두 칸의 작은 아파트에 사는 가족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4인 가족 의료보험료만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계약해도 70만원 이상 나갑니다.
감기에 병원이라도 갈라면 한 번 진료하는데 12~5만원 들어갑니다.
애 한 명 낳으면 2천만원 가까이 들어갑니다. 보험으로 100% 커버 받으려면 2인 병실은 꿈도 못꿉니다.
점심은 허접한 샌드위치로 떼워도 만원 이상 듭니다. 그래서 도시락을 싸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됩니다.
외벌이의 경우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기는 것은 1주일에 이틀~3일만 가능하며, 엄마가 무조건 돌봐야 합니다. 그렇게 두 아이를 반나절씩만 이틀 보내면 놀이방 비용은 월 40만원 미만.(보내는 시간도 짧고 연봉도 맞벌이 대비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그러나 부부가 맞벌이일 경우, 두 아이를 full time으로 놀이방에 보낼 수 있는데요, 아니, 보내야만 하는데요, 이런 경우 보통 월 350만원이 들어갑니다.(연봉 및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짐.)
한국에서 7년 반 직장생활하면서 첫 연봉 1800만원에서 시작했음에도 저 혼자 잘먹고 잘살면서 모은 돈이 나중에는 몇 천만원이었는데, 여기선 둘이서 억대가 넘는 돈을 벌어도 매월 몇 십만원 이상 적자가 납니다.
참고로 몇 년 전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다룬 적이 있다고 하는데, 스위스에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처럼 대놓고 뒤지지는 못하지만 대형 슈퍼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버리는 시간을 알아두고 주워서 가는 사람들이 있대요. 전 한 번도 못봤지만, 부자나라이기 때문에 가난을 보이는 것이 창피해서 정부 보조 등을 받는 것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3. 하이디는 스위스의 대표적 관광 캐릭터다.
-노노노~
스위스 사람들 본인들도 하이디에 대해서 물으면 짜증을 내거나 지겨워합니다. ^^;;
스위스 독일어권의 아주 일부에서만 하이디로 인한 관광 산업이 발달했을 뿐, 하이디로 먹고 사는 스위스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하이디 소설을 읽은 사람조차도 많지 않아요. 거의가 어릴 적 TV에서 하는 하이디 드라마로 배웠다는...
하이디로 인한 관광 산업은 사실 일본인들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하이디 만화 시리즈로 인해 엄청나게 부각이 많이 되었죠.
어느 날 제가 요를레히 요를레히 요호후~ 하고 요들송을 부르니 신랑이 기겁을 하더라구요. 왜 그런 노래를 부르냐고...
스위스 노래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우리나라 트로트나 판소리처럼) 아주아주 옛날 노래라고 너무 싫다고 하더라구요.ㅋㅋㅋ
4. 스위스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기에 중립국이 되었다.
-절반만 네.
이전 포스팅에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위스가 중립이 된 이유는 자신들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즉, 남의 일에 배놔라 감놔라 해서 생기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이죠.(지금과 달리 얽히고 설킨 국가관계로 인한 전쟁이 많았던 시절, 어찌보면 굉장히 실리적이고 영리한 행동이었죠.) 우리는 너네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네도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중립을 선언한 것이며, 자신들의 일에 간섭하는 경우 무력으로 이를 무마시키고,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스위스인들의 중립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요, 저처럼 남의 일에 감정이입 잘 해서 툭하면 남의 일에 같이 분개해주고, 내 일처럼 생각해서 해결책을 같이 모색해 주려는 오지랍들이 전혀 없습니다.
자신의 이권이 개입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나랑 아주 친한 누군가가 다른 이와 다툼을 해도 절대 편을 들어주거나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회색분자라고 제가 가끔 신랑에게 투덜거리는데요, "내 일이 아니야." 하고 두 손을 들고 "난 개입하지 않겠어."라고 대놓고 '중립'을 선언하고는 해서 흑백논리의 오지라퍼인 제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듭니다.
그런 스위스인들의 가장 큰 정당이 극우파 정당인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립국의 이미지에 가장 맞는 사회주의 정당이나 녹색당 등은 정말 여기서는 마이너랍니다.
5. 스위스 사람들은 친절하다.
-노.
어딜 가나 친절한 사람들이 있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있죠. 뭐, 일본은 제외지만...^^
한국도 관광지에 가면 상점이나 식당의 불친절에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꽤 있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 입니다.
관광대국이지만 그렇다고 친절한 것은 아니에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할 뿐...
상점이나 식당에서 손님에게 미소를 보인다던가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고급호텔에 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자신들이 실수를 해도(심지어는 그들의 예약 실수로 내 저녁 데이트가 망쳐진다고 해도) 사과하는 일은 잘 없습니다. 내가 예약 실수를 한 것이 아니므로 내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처음 몇 년 간은 정말 내가 '내 돈 내고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은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수만명의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여기와서 돈을 뿌리고 가지만 절대 그들에게 고마워하는 법은 없습니다.(현재 스위스의 수제시계 산업의 주요 고객이 중국인이죠.)
대신 그들 때문에, 특히 중국인 때문에 생기는 교통체증이나 시끄러움(역이나 공항에서 떠든다고...), 불편함(관광지의 호텔, 식당을 모두 차지했다고...)에 대해 불평을 '속으로 조용히' 합니다.
6. 스위스에는 지역감정이 없을 것이다.
-노.
스위스 불어권과 스위스 독일어권 사람들은 서로를 싫어합니다. ㅋㅋㅋ
독일어권 사람들은 불어권 사람들의 널널함을 싫어하고, 불어권 사람들은 독일어권 사람들의 까탈스러움을 싫어합니다.
같은 언어권 내에서도 지역별 사투리나 억양에 대해서 '이상하게' 말한다며 서로 흉을 봅니다.
제가 사는 칸톤 Vaud 사람들에 대해서는 짠돌이라고 흉을 보고, 제네바 사람들은 스위스인이 아니라 지네끼리 잘난척 한다고 흉을 보고, 신랑의 고향인 Valais는 시골이라고 흉을 봅니다. ^^;;
뉴질랜드에서 독일어권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산골에서 왔던 경찰이었던 아저씨의 억양이 듣기 싫다고 흉을 보더니 경찰이라 그런지 꼰대라고 흉을 보더군요. ^^;; 꼰대...는 아니었지만 약간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면이 있기는 했어요.
여튼, 그러면 왜 같은 나라 하자고 한거니?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서로 흉을 봅니다.
이상이 제가 스위스 살면서 '아, 내가 스위스에 대해 착각하고 있었구나...' 했던 점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스위스에 대해 좋게 착각하고 계셨던 점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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