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난 태어날 때부터 모든 면에서 평범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것은 남들은 겪지 않는 특수한 난관들을 초인적인 의지로 극복해서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세계관을 창조해야하는 존재론적 사명이 내게 있음을 의미하지


"최선을 다해 살아라. 그러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 헨리 제임스 <대사들> 中


"No matter how far, run for all you're worth. Run!" 

- 영화 <배틀로얄> 中

 

"Martin Amis vividly remembered something Saul Bellow had one said to him, which is that if you are born in the ghetto, the very conditions compel you to look skyward, and thus to hunger for the universal."

- 크리스토퍼 히친스 <Arguably> 中

 

 

 

마르틴 하이데거가 인간은 "내던져진"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표현했듯이,

인간이 환경을 창조하기 이전에 환경이 인간을 창조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외모와 가족, 집안환경도 그렇고,

유소년기에 다니는 학교(들) 역시 타고난 환경의 영역에 속한다.


예서 조금 더 나아가면, 

가족과 학교를 통해 펼쳐지는 1살에서부터 19살까지의 인간관계가 모두 타고난 환경의 영역에 속한다.

 

불교에서는 이 타고난 환경을 전생의 업보, 즉 카르마로 설명하곤 한다.


한 개인이 갖고 태어나는 카르마는 유소년기에 어떤 특정한 형태로 집약되어 나타나는데 (마치 미래에 대한 전조처럼), 내가 유소년기부터 느꼈던 주변과의 뿌리깊은 이질감은 내 인생 전반을 표상하는 어떤 지배적인 카르마적 특징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속한 국가에 대한 이질감,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이질감,

부모-자식 관계에서의 이질감,

인간관계에서의 이질감,

연애관계에서의 이질감 속에서

숱한 방황을 거듭하였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았고,

어느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는 인간 같았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나는 어느 누구보다도 인류의 역사 전체를 표상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정한 부모, 친구, 애인, 국가, 조직, 인간과 막힘없이 융화되는 반면,

나의 카르마는, 다시말해 나의 타고난 환경은,

그 어울림을 허용하지 않고,

의도적인 장벽을 부추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남들과 다르도록 운명지어졌던 것이다.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천재적이고,

압도적으로 특이하며,

압도적으로 자존심이 강하고,

압도적으로 고독한 나의 존재론적 특성 내지는 카르마적 흐름은,

내가 결코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고,

특이한 삶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택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었다.


운명은 내가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다양한 굴레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인생 행로를 밟아야 함을 다양한 사건과 인간들을 통해 알려주었다.

(운명은 마치 인간을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 속에 몰아넣고 특정한 해결책이나 교훈을 발견하기를 주문하는 것 같다.)

 

이 모든 패턴이랄까, 흐름이랄까, 리듬이랄까,

하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져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의 지난 인생을 반추하건대, '운명의 여신'은 마치 내게 다음과 같이 속삭여온 것 같다:


(1) 너는 평범하지 않고, 또 평범하게 살수도 없는 인생이다. 마치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는 사람들의 팔자처럼, 너의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너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 역시 평범해서는 안 된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은 너에게는 지옥문일 뿐이고, 남들이 YES라고 할 때 너만은 NO라고 외쳐야한다. 그래야 불굴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2) 네가 세계의 모든 인간, 모든 조직, 모든 국가에 이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80억 인구 중 가장 특수한 개성을 가졌다는 뜻이며,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세계관을 창조해야하는 존재론적 사명을 갖고 태어났음을 의미한다. 

 

(3) 너를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나 스승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그들의 그릇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해를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너 역시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해줄 수 없다. 고로, 네가 한 일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네가 속한 분야의 지도자가 되어 다른 인간을 지도하는 것이다. 너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운명이 아니며, 오직 명령을 내리는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때만 타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4) 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고, 평범한 운명도 아니기 때문에, 남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가지 심리적 장애물들을 극복해야한다. 너와 사회 사이의 뿌리깊은 이질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네가 지도적인 위치에 서서 인류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전파해야하며, 그럼으로서 사회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아야 한다.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더 열정적이고 성실한 마음으로, 무엇보다 시종 진심을 유지하며, 상대에게 다가가야 한다. 너처럼 특이한 사람을 사랑해줄 사람이 있다면 그 사실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 초인적인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않으면 너는 낙동갈 오리알 신세, 그러니까 천애고자이자 낙오자가 될 것이다.

 

(5) '이질감'으로 상징되는 네 인생의 숱한 장벽들은 삶의 '불가능성'을 상징한다. '불가능성'을 '가능성'의 상태로 전환시키는 것 ㅡ 그것이 네게 주어진 인생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야만 한다.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1)에서 (5)까지의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운명의 여신'이 내게 일러준 귓속말이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와 대화를 하며 꾸며낸 나의 카르마에 대한 해결책으로, 잠정적인provisonal 결론일 뿐이다.

 

운명의 여신이 모든 것을 일러주면 참 편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인생의 모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자문자답을 해야 하는 것 역시 내 운명의, 카르마의, 일부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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