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몽(夢中夢) - 인생이 꿈과 같음을 은유하는 구절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 고린도전도서 1:2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한평생이래야 지나가는 그림자

- <시편>

 

우리는 어제 갓 태어난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의 인생은 땅 위에서 그림자일 뿐.

- <욥기> 8장 9절

 


이제야 깨달았도다. 생이 이렇게 짧은 줄을!
- <마하바라타>​ 中



삶을 즐거워하는 것이 미혹 아닐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어려서 집을 잃고 돌아갈 줄 모름과 같은 것 아닐까? 미녀 여희는 애라는 곳 변경지기 딸이었네. 진나라로 데려갈 때 여희는 너무 울어서 눈물에 옷깃이 흠뻑 젖었지. 그러나 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과 아름다운 잠자리를 같이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되자, 울던 일을 후회하였다네. 죽은 사람들도 전에 자기들이 삶에 집착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 장자 <제물론> 「여희의 후회」

 

 

온 세상은 무대이고 모든 여자와 남자는 배우일 뿐이다. 그들은 등장했다가 퇴장한다.

어떤 이는 일생 동안 7막에 걸쳐 여러 역을 연기한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中

 

 

그녀가 이 다음에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 소식을 언젠가 한 번은 들었어야겠지.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 맥베스 5막 5장(Act 5, Scene 5)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나니. 나니와(浪速)의 영화도 꿈속의 꿈이련가

-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렇구나. 세계의 몽환이 본디 이와 같아서 아침에 무성했다가 저녁에 시들고, 어제의 부자가 오늘은 가난해지고, 잠깐 젊었다가 홀연 늙는 법이니 대체 생과 사, 있음과 없음 중에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이리오. 그러니 환영에 불과한 세상에 몽혼 같은 몸으로 거품 같은 금과 번개 같은 비단으로 인연이 얽혀서 잠시 머무를 따름이니, 원컨대 이 거울을 표준 삼아 덥다고 나아가지 말고, 차다고 물러서지 말며, 몸에 지닌 재산을 지금 당장 흩어서 가난한 자를 구제할지어다.

-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환희기」


선계에서 육관대사 밑에서 불도를 수행하던 성진이 동정호의 용왕에게 심부름을 갔다가 팔선녀와 노닥거리고 만다. 돌아와서 세속의 욕망 때문에 고민하다가, 스승에게 걸려 팔선녀와 함께 세속으로 떨어져 양소유라는 사람으로 태어나 승상까지 오르고 여덟 부인(팔선녀)을 얻어 잘 먹고 잘 놀며 잘 살게 되었는데, 사실 다 꿈이었고 꿈에서 깨어난 성진은 스승의 말씀을 듣고 크게 깨우쳐 육관대사와 같이 훌륭한 존경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 팔선녀도 비구니가 되어서 같이 도를 닦는다. 그리고 성진과 팔선녀도 극락에 간다.

- <구운몽> 요약



우리는 모두 꿈을 꾸듯이 살아간다. 그것도 혼자서…

-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中

 

 

알도 팔라체시(Aldo Palazeschi)의 1911년 초현실주의 소설 <페렐라의 코드>에 나오는 '연기 인간'은 연기로만 만들어져서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집단적인 상상으로 인해 대중적인 페르소나의 권위를 얻는다. 그러나 대중들이 그가 지혜의 원천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생각을 바꾸자 그는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 <페렐라드의 코드> 요약



우주에는 지난 해도 올해도 없다.

있는 것은 오직

쉴 새 없는 시간의 흐름뿐.

- <은하철도999> 中


 

꿈에서 깨어난 줄 알았더니

그 꿈이 또 다른 꿈이었던 적이 있는가?


그야말로 몽중몽(夢中夢)이 아닐 수 없다.


인생 또한 멀리 보면 하나의 꿈일 것이다.

종국에는 꿈을 꾸는 주체도, 객체도 명확하지 않은 우주 전체가 꾸는 꿈….


타인은 내가 꾸는 꿈 속에 일부로 등장하며,

나 역시 타인이 꾸는 꿈의 일부로 등장하며,

연기법에 의거해 서로가 서로를 자신들의 꿈 속에 참여시킨다.


만법유식萬法唯識이요, 일체유심一切唯心이자,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이다.


하여,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임종 시에 이렇게 말하였다.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 박수를 쳐라!" (Acta est fabula, plaudite)


인생이 꿈이자 연극이라는 주제는

인도의 마하바라타,

장자 호접몽,

한여름밤의 꿈,

캔터베리 이야기.

겐지모노가타리,

구운몽,

트루먼 쇼,

매트릭스,

인셉션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한 수많은 작품들의 모티브로 쓰인 바 있다.



인간의 지식이나 사고방식, 세계관도 시절인연에 따라 찰나생멸을 거듭한다.

전생의 '나'와 현생의 '나'가 같은 존재인지 논의하기 전에,

10세의 '나'와 90세의 '나'가 과연 같은 존재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지식이나 사고 체계가 깨어지면

다른 지식이나 사고 체계를 흡수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지식이나 사고 체계 역시 또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고린도전서>는 인간의 지속적인 변화를 이렇게 유려한 문체로 표현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 고린도전서 13:11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 고린도전서 13:12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살아 있는 한 끝도 한도 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죽는다고 끝이 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나의 꿈에서 깨어나도 또 다른 꿈을 꾸게 되고,

하나의 앎에서 깨어나도 새로운 앎이 기다리고 있으니,

인생은 영원한 미혹 속의 방랑이다.


몽중몽(夢中夢)이요, 환중환(幻中幻)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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