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광섭의 시와 김환기의 그림

 

 https://www.youtube.com/shorts/9Vw_fhP9pzg

 김환기(1913–1974)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전통과 현대를 잇는 다리였습니다. 전라남도 안좌도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운 그는, 파리와 뉴욕에서 활동하며 세계 무대에 한국 미술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의 그림에는 조선 백자의 단아함, 한지의 숨결, 불교적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뉴욕 시기의 ‘점화’ 연작은, 단순한 추상이 아닌 명상적 수행에 가까운 작업으로 하나의 점에 우주를 담으려 한 예술가의 깊은 사유를 보여줍니다. 그 곁에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였던 아내 김향안이 있었습니다. 김환기의 예술을 가까이서 이해하고 지지했던 그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뒷받침한 지적 동반자이자 평생의 조력자였습니다. 그의 사후에는 김환기미술관을 세워 유산을 지키고 대중과 예술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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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수 유심초가 부른 가요 중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노래가 있다. 그런데 그 가요의 노랫말이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유심초의 노래는 시의 1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들을 집어넣고 리듬에 맞게 중에서 를 생략하여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로 부르며 시에는 없는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는 가사를 넣어 2절로 하고 1절과 2절 모두 3연을 후렴구로 활용하고 있다.


시에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 다시 만나랴고 하여 독자들은 정말 우리 나중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하고 상상을 한다. 그러나 가요는 청자들에게 확실한 답을 준다. 그래서 가요는 시보다 이해하기가 참 쉽다. 시를 읽고 무엇이 되어를 물어보면 시를 읽은 열 명이 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지만, 노래를 듣고 무엇을 물으면 하나의 대답이 나온다. ‘나비와 꽃송이 되어 만날 것이라고.


시를 보자.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가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그 별을 바라본다. 정말 그럴까? 이는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별과 나의 인연이다. 밤이 깊으면 달이 빛나고 별은 사라진다. 역으로 밤이 깊으면 어둠 속으로 나도 사라진다. 잠시였지만 인연이 닿아 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그러나 둘의 인연은 밤이 깊어가며, 즉 시간이 흐르며 끝난다. 그렇기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언뜻 느끼기에 시의 분위기가 고요하고 쓸쓸한 듯하지만, 실은 참 아늑하다. 제목이 가리키듯 저녁에’, 어느 순간에 우연처럼 별 하나 나 하나가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에서 외로운 사람들, 정다움 뭐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고독하고 소외된 현실을 극복하고 자연과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길 소망한다고 해석했는데 그렇게 거창한 용어로 이 시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시 속의 별을 지금 사랑하는 혹은 과거 사랑했던 님으로 해석해도 좋다. 따라서 시 속의 별과 나처럼 님과 인연이 닿아 만났다 헤어졌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을 바라는 것이요 특히 어디서 만나게 될까, 그렇게 만났을 때 우리는 각자 무엇이 되어 있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별처럼 사람도 많다.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둘이 인연이 되어 만나고, 그러다가 헤어진다. 정이 깊으면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한다. 그렇기에 이 시는 님과 헤어져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 님을 기다리며 어디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지, 그나마 조금은 기대하게 만든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노래 : 유심초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나 하나 너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나 하나 너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나 하나 너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 한 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이렇게 정다운 나 하나 너 하나는

나비와 꽃송이 되어 다시 만나자

 

뚜루뚜루루 뚜비두와 뚜루뚜루루 뚜비두와

뚜루뚜루루 뚜비두와 뚜루뚜루루 뚜비두와아

[출처] 김광섭의 <저녁에>|작성자 이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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