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의 광고를 만든 1940년대의 메릴린치
가치 기반 마케팅의 본질은, 기업이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고 있으며, 그 정보가 '무료'라면 반드시 도움을 청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대부분의 회사는 자기 중심적인 소리만 늘어 놓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점이 훌륭합니다." 또는 "저희에게 사세요!" 같은 식입니다. 고객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알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방법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자기 입으로만 외치는 잘난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가 진정으로 훌륭한 기업임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고객을 돕는 것' 입니다. 우리 기업이 가진 정보를 통해 고객을 '도와주는'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늘날 이런 접근을 하는 회사는 각 시장마다 손에 꼽을 지경입니다.
가치 기반 마케팅은 어디선가 새롭게 나온 특별한 컨셉의 마케팅이 아닙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1940년대에도 몇몇 기업들이 사용하던 방식이지요. 1948년 월스트리트의 한 회사에서 일어난 마법 같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이 사건은 회사가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당시도 지금처럼, 시장 내에 다수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왜 훌륭한지'만을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루이 엥겔(Louis Engel)은 이 회사의 광고 매니저로, 하루는 상사에게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다른 회사처럼 우리가 잘났다는 소리만 하는 광고 말고, 고객들이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을 담은 광고를 내보는 게 어떨까요? 주식과 채권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 반응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 아이디어는 상사에 의해 거절되었지요.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말고, 그냥 무난한 광고를 만들어서 가져와!" 그러나 엥겔은 포기하지 않았고, 끝내 광고를 테스트하기 위한 허락을 받아 냈습니다.
1948년, 그렇게 약 6,450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광고가 작은 지역 신문을 통해 테스트 삼아 뿌려집니다. 엥겔의 직장 동료 대부분은 이 광고가 사람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묻힐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회사차원에서 돈낭비를 한 것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이들도 있을 지경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빼곡한 글자들을 읽으려고 할까?' 이 광고는 회사 차원에서도 걱정이 큰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이 광고가 다른 광고와 또 달랐던 점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 광고지를 오려내어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적어 우편을 통해 회사로 보내도록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리스폰스 마케팅(반응 마케팅)의 핵심으로,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고 광고비의 효율을 측정하기 위한 액션이기도 합니다.
광고지를 오리고 이름과 연락처를 써서 우편을 통해 회사로 보내라는 번거로운 작업까지 요구한 6,450단어로 이루어진 광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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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회사는 이 광고를 통해 한 주 동안 5천 명 이상의 고객들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냈습니다. 우편함은 마비되었고, 모든 직원들은 고객들의 연락처를 정리하느라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이 광고의 특별함을 알아채고, 마침내 '뉴욕타임즈'에 동일한 광고를 냅니다.
궁극적으로 이 광고는 '300만 명 이상의 고객 연락처를 받아낸 광고' 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광고이지요.
이 회사는 여러분도 잘 아는 '메릴린치'라는 기업입니다. 비교적 작은 규모에 속했던 메릴린치를 훗날 월스트리트의 가장 큰 투자회사 중 하나로 만든 광고는 이처럼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의 광고'였습니다.
(* 이처럼 정보를 담은 광고를 '인포머셜 (information + commercial)' 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의 사업을 다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고객에게 먼저 가치를 베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1940년대의 사례에서 지금은 우리 마음 속에 잊혀져버린, 고객 가치 제공의 본질을 다시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도서 '비즈니스 스테로이드' 중 일부 요약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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