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회 면은 바로 한국식 인생 표다 by 벨랴코프 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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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회 면은 바로 한국식 인생 표다. 인터넷에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에서도, 방송에서도 항상 나오는 모티브가 있다. 연령대별 해야 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10대 후반 때 해야 하는 일, 20대 초반 때 해야 하는 일, 뭐 이런 식.
연애는 고등학교 때 안 되고 대학교 때 해야 하고 졸업하면 직장 다녀야 하고 직장 다니면 취미가 있어야 하고 30대 되면 결혼해야 하고 그때 연봉도 얼마 정도 나가야 하고 차 특정한 차종 사야 하고 30대 중반 되면 자식, 그 다음 집 마련을 해야 하고 등등… 인생은 이미 다 짜여 있다. 답정너 사회 생활.
내가 활동하는 분야에 지식이 부족해서 공부를 좀 하려고 했더니 전문 학원 알아 봤는데 돌아온 답이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30대 후반에는 공부가 좀 그렇대. 학원 다니는 수강생들이 다 20대 초 중반인데 내가 끼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공부는 독학으로 하거나 다른 데 알아 보라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나 참… 공부에 미친 나라에조차 하려는 공부를 못한다니. 그것도 왜? 주민증에 나오는 앞 숫자 때문에. 이게 어디가 정상인지 나에게 알려 줄 사람, 손!
가끔씩 재미로 인터넷에서 개인 사연이 자주 올라오는 계정을 보곤 한다. 어느 날 한 40대 초반 남자가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가 대학교 졸업해서 지금까지 아버지와 자영업 해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망했고 이제 눈을 뜨고 보니 40대인데 어떤 훌륭한 자격증도, 안전한 수익도, 자기 집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 봤는데 댓글은 죄다 불쌍하다, 인생 망했다, 방법이 없다 등과 같은 것들이었다. 심지어 자살이 방법이다까지라는 댓글도 있었다. 아니, 40대 건강하고 자영업 경험이 20년이나 되는 건전한 남성을 보고 나오는 조언은 자살? In what universe is that normal?
한국 사회는 경쟁이 심하고 미친 듯이 공부를 안 하고 일을 안 하는 건 망하는 길이고 문화 때문에 남들의 눈치 보고 항상 사회에 기대치에 맞춰야 하며 뒤떨어지지 않도록 경주를 뛰어야 한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나도 역시 그러니까. 하지만 이건 좀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하는 진심 바램이다. 각자는 자기 인생만 집중하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지 않을까. 아무리 내 가족이어도, 친한 친구이어도 결혼을 왜 안 하는지, 엄친아처럼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왜 안 버는지, 다른 집보다 너네 집 애가 왜 학원 n군데 안 다니는지 관여 안 하면 안 될까. 그렇게 되면 30대에도 학원에 갈 수 있게 되고 40대에도 한 사업이 망한 후에 다음 사업을 시작하게 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아닐까.
#내생각
photo by @hoon.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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