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옴니버스의 아주 한심한 분석: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를 까는 것은 좋지만, 근거가 한심하다는 것이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이나, 진 딕슨 효과를 거론했지만, 타츠키 료의 사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단행본 표지에 실린 미래 예언 2개 중 하나가 날짜와 지역명(동일본)까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그대로 맞아떨어졌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엄청난 정확도인 것이다; 약 20년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12개월로 경우의 수를 곱한다면 대략 240개 중에 1개를 찍는 것인데 (년과 월을 표기하는 경우) 240분의 1 확률인데, 여기에 지역명까지 맞췄으니 그 확률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극악의 확률인 것이다; 확증편향의 폐해를 지적하고 회의주의만이 맞다고 생각하는 옴니버스 그 자신이 확증편향에 빠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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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해 <내가 본 미래>에서 다뤄진 예지몽은 모두 타츠키의 해석과 결론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모두 출간일 이전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자신의 꿈일기 속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다'식으로 진행되고 있죠. 출간일 이후의 미래일을 예지하고 있는 건 표지에 적힌 1999년 8월 2일과 2011년 3월이 전부입니다.
1999년 8월 2일의 경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마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이 7월과 8월로 양분되고 있던 점, 그리고 악명높던 옴 진리교가 종말의 날로 꼽았던 8월 1일에서 영향을 받아 꿨던 꿈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참고로 황폐한 대지에 천사가 나타나 5년을 기다리라고 했다는 1995년의 1월 2일의 꿈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불던 세기말 종말 두려움(1999년과 2000년 밀레니엄)에 따른 기독교적 묵시록의 유행에 영향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돌아와, 이러한 '확대 재생산'이야말로 예언과 예언가의 양대 무기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사실 모든 예언가에 해당하지만) 라스푸틴, 울프메싱, 바바 반가, 에드거 케이시, 존 티토 케이스가 있겠습니다. 다들 워낙 기라성 같은 이름값을 자랑하기에 여러분들도 가히 낯설지 않을 겁니다.
이 인물들의 이야기는 과거 이상한 옴니버스에서 다룬 바가 있으므로 짧게 짧게 소개하겠습니다.
라스푸틴의 경우 죽기 전 러시아 황족의 몰락을 예언했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생전 그의 비서였던 아론 시모노비치만의 주장에 불과합니다.
울프메싱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죽음을 예언했다고 알려졌으나, 실은 그의 회고록을 가십성에 집중해 집필하던 유명 작가의 글이 타블로이드 속 기사처럼 퍼지게 된 것입니다. 예언 외에 그의 일화들도 모두 꾸며진 일화이며 사실 울프메싱은 공연마술을 전문으로 하던 마술사였습니다.
바바 반가의 경우 지역에서 약초꾼으로 있으면서 주변인들에게 일종의 신비론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추상적으로 설파(?)하던 이였으나, 러시아의 유명 타블로이드 등지에서 그녀를 이용해 울프메싱 때처럼 거짓 기사들을 유포하며 지금의 5079년까지의 예언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예언을 적중시켰는지는 정확한 물증이 없고 그녀가 남겼다던 예언에 대해서도 실제 주변인들은 들어본 바가 없다고 증언할 정도입니다. 여담으로 보통 타블로이드 하면 미국의 <위클리 월드 뉴스>나 영국의 <더 선>을 떠올리실 텐데, 실은 과거 <프라우다>와 같은 러시아의 타블로이드지들이 힐러리가 외계인을 출산했다는 기사를 낸 <위클리 월드 뉴스>에 비빌 정도였답니다. 심지어 냉전시대 당시 미국 CIA는 소련 타블로이드지에 실린 소련군과 외계인과의 전투를 보고서로 올렸을 정도.
에드거 케이시의 경우를 보죠. 꿈에서 예지몽을 본다고 잠자는 예언가로 불리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예언가이죠. 하지만 실은 추종자와 추종자 그룹에 의해 그런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답니다. 몇몇 그의 열렬한 추종자로 인해 그는 초능력 의사로 떠받들어졌고 <뉴욕타임스>에까지 소개됐죠. 이후 그를 떠받드는 협회 ARE이 만들어지고, 그가 3만 건에 달하는 예언을 남겼고 이번엔 어떤 사건을 적중했다며 신격화에 열을 올립니다.
존 티토는 시간 여행자라며 한때 전 세계 인터넷을 흔들어놨던 인물이죠. 역시 그의 추종자들은 그가 CERN에 대한 예언, 제2차 걸프 전쟁, 미국에서의 광우병, 2001년 이후 중국이 우주로 진출, 새로운 교황의 탄생, 페루의 지진을 적중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나중엔 국내에서 가짜 지도까지 만들어질 정도였죠.
아하, 노스트라다무스를 빼먹었네요. 사실 그는 제대로 된 예언을 한 바가 없으며 그저 당시 유행하던 점성술 스타일의 시편을 작성했을 뿐입니다. 이후 무수한 신봉자와 미스터리 팔이들이 새로 예언을 만들거나 억지로 짜 맞추는 식으로 악용한 거죠.
'확대 재생산', 바로 이런 신봉자와 미스터리 팔이들에 의해 자행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예언가의 예언은 생명을 지니게 되는 거고요. 이처럼 확대 재생산으로 한 번 예언가와 예언이 신봉의 대상으로 올라서게 되면 사람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집니다. 비로 후에 확대 재생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무의식적으로 구축된 신통한 이미지는 좀처럼 희석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엔 다른 무기인 '예언 범위의 확장성'에 대해서 짚어보죠.
<내가 본 미래>의 경우에는 다이애나의 케이스를 본보기로 들 수 있겠네요. 성 안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과 DIANNA(다이애나의 스펠링은 DIANA)라는 글자의 꿈 말입니다. 만약 우리 주변 누군가가 이런 꿈을 꿨다고 말하면 그 누군가가 예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예언을 적중시킨 것이라 선뜻 결론 내리지 않을 겁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평가절하하겠죠.하지만 앞서 '확대 재생산'으로 인해 믿음이 생긴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적중 범위를 넓혀 받아들일 것이고요.
사실 유명인사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어떤 자연재해 또는 인위적인 사고와 관련한 꿈을 꾼 사람 중에서 실제로 미래에 그런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경우는 분명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저 또한 그러하고 여러분들도 반드시 그처럼 예지몽으로 기억하고 있는 꿈의 기억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큰 수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극악의 확률인 로또의 경우에도 표본수가 증가하면서 매번 당첨자가 나오게 되고, 여러분이 축구시합을 보러 만원 경기장에 갔을 경우 생일이 같은 사람이 100명이 넘게 되며, 무작위로 23명의 사람을 택할 경우 그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나올 확률은 50%에 육박하게 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비행기 항공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100만 분의 1로 산정 시, 이처럼 희박한 확률의 사고가 실제로 일어났을 경우 수학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그 전날 전 세계인 중 최소 150만명은 언제나처럼 항공 사고가 나는 꿈을 꾸기에 예지몽을 꾼 셈이 됩니다. 이처럼 수학의 법칙에 따른 자명한 결과가 우연의 일치를 넘어 마치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거죠.
타츠키가 만화와 방송을 통해 밝힌 1976년부터 20년 넘게 기록한 꿈일기 중 예지몽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케이스는 사소한 것까지 20여 가지 안팎입니다. 20년 간 합쳐서 높이 10cm에 육박하는 노트에 기입한 기록들을 앞서 설명한 표본수로 생각해 봅시다. 게다가 대부분이 이미 일어난 일에 대입하는 식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쉬이 수학적으로 바라보기 힘들 겁니다. 앞서 예언가와 예언의 무기인 '확대 재생산'과 '예언 범위의 확장성'에 영향을 받은 상태라서요. 아마 '어쨌든 미래에 죽은 인물이 죽은 날짜에 맞춰 꿈에 나타났잖아! 무엇보다 2011년 3월 대재해!'라는 외침이 머릿속을 맴돌며 수학 이론의 개입을 방해할 겁니다. 그렇기에 예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어려운 법입니다. 현상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게 되니까요.
이처럼 예언과 예언가에 대한 우리들의 과학적 견해를 방해하는 게 또 있으니 바로 '진 딕슨 효과'입니다.
진 딕슨(1918-1997)은 미국의 자칭 점성술사이자 심령술사였습니다. 그녀 역시 신년마다 간행물에 신년 예언을 싣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적중률은 낮았습니다. 헌데 1956년 한 예언이 실리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뀝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예언했습니다.
"1960년 대선은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 그러나 비록 첫 임기 중에는 아닐지 몰라도 암살되거나 집무 중 사망하게 될 것이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JFK는 대낮 퍼레이드에서 암살당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최고의 예언자라는 타이틀을 얻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자면, 그녀는 막상 1960년 대선 직전엔 JFK가 대선에서 낙선할 것이다라고 예언했답니다. 이처럼 과거의 틀린 많은 예언들로 인해 수학적으론 결코 유의미한 예언력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1956년에 한 예언으로 그녀는 명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누구도 다른 틀린 예언에 대해 관심 갖지 않고서 오로지 적중시킨 예언에 집중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특정 결과만을 가지고서 확증편향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두고 '진 딕슨 효과'라는 용어가 생기게 됐답니다. 한때 우리나라 무속인들이 신년마다 질리지도 않고 신문에 김일성, 김정일 사망 예언을 하던 게 바로 이래서입니다. 사람들이 적중한 예언만을 기억하고 그로 인해 신뢰감을 갖게 되면서 틀린 예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조금이라도 유사성이 보이는 예언엔 스스로의 믿음을 위해 친화적이고 인위적인 해석을 곁들이게 되니까요.
[출처] 일본 만화가 타츠키 료의 <내가 본 미래>, 정말 예언서일까?|작성자 메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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