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의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나치독일과 일본제국, 그리고 전시 상태 인간본성의 광기를 들춰낸 명작이지만, 묘하게 일본인의 피해자 코스프레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즉,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잘못이지만 '선량한' 일본인들은 군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동원되고, 착취를 당했을 뿐이라는 것

 

5.2. 부정적 평가[편집]

이 작품과 비슷한 스탠스를 지닌 스티븐 스필버그뮌헨(영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으로부터 까인 바 있다. 뮌헨은 역사적 상황 그 자체보다는 그 역사적 상황에 말려든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이 정당하지 않은 면이 있으며, 사실 상당히 객관성이 잘 갖추어진 작품이므로 극단주의자들의 비판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갈등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각자 자기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이에 대해 "자신의 정의를 서로에게 강요하기 위해서 싸운다"고 단정하고 "니들 다 똑같으니까 그만 싸워"라고 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역사적 주제의식과 역사적 흐름 자체를 조망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작품에 포함되어 있는 역사적 허구성으로 역사성이 희석되는데다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일전쟁에서도 "니들 다 똑같으니까 그만 싸워"라는 말이 일본군에게는 의미가 있었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일본의 침공에 맞서 싸우던 중국인들에 대해 '중국인의 정의를 일본인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해서' 일본과 싸우고 있었다고 하면서 "니들 다 똑같으니까 그만 싸워"라고 한다면 동의하기 영 어려울 것이다.

이 만화를 보면서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면 은연중에 일본의 시각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사회 전체의 문화로서의 군국주의의 문제는 외국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며, 무엇보다도 일본의 가해자로서의 입장을 무시하고 '다 똑같으니까'를 내세우는 것은 바로 그 일본에게 피해를 입은 한국인으로서는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일본 민중이 100% 피해자라고 그리지는 않는다. 2~3권에서 주인공인 일본인 기자를 따돌리는 보통의 인간들이 나오며, 권력 측의 인물들 중에는 100% 가해자 인간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집단으로서 군국주의적 가치 자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측면은 대단히 약하며 단순히 막연하게 지배층을 따르는 수준에 불과하다. 즉 일본 민중은 군국주의를 내세운 지배층을 막연히 지지할 뿐 군국주의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는 어느 정도는 격리된, 유리된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독일 민중은 유대인을 죽이라고 소리치면서 직접 폭력까지 행사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즉 독일 민중은 '나치즘을 내세우는 지배층에게 속아서 끌려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치즘을 지지하고 있으며, 독일 지배층은 단순히 지배층-피지배층의 관계에 있을 뿐 나치즘 지지 측면에서 독일 민중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나치즘의 해를 입었다고 해도 직접 나서서 유대인을 죽이려고 하던 독일 민중들을 단순한 피해자로 분류하기는 불가능하다.

반면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묘사에서는 군국주의를 내세우는 고위층과 그에 속아서 끌려간 민중의 입장이 분명하게 구분되며, 속았을 뿐인 일본 민중들은 이 작품에서는 피해자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들이 피해자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피해자라는 전제에 의문을 품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즉 독일에 대해서는 국민들 대부분이 철저하게 나치즘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소수의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일본 제국에 대해서는 소수의 권력자들만이 군국주의자이며 국민 대부분은 단지 그들에게 속거나 휘둘렸을 뿐이라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독일의 나치즘 역시 독일국민들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걸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는 반론이 있으나 "독일 국민이 나치즘에 동조했다"와 "독일 국민들이 나치즘에게 해를 입었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므로 전혀 반론이 되지 못한다.
분명한 점은 이 작품은 일본 제국제국주의군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결코 옹호하고 있지 않다. 군국주의에 대해서 일반 일본인들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 '막지 못하고 휘둘린'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지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군국주의 자체에 대한 태도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한 전쟁 전부터 일본사회가 막장으로 치닫는 사회적 분위기를 묘사한 부분도 있고, 전쟁 중 일본인들이 만주에서 저지른 잔학무도한 일들에 대한 묘사도 빠지지 않는 점을 보면 군국주의의 책임을 덮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영 어렵다. 칭찬하고 본받으면 본받았지, 폄하할 일은 아니다.

오늘날의 한국인의 입장에서 불만스러운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데즈카 오사무 정도 거장쯤 되니까 만화로 이런 얘기를 술술 풀어낸거지, 웬만한 사람은 시도조차 못했을 거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