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무엇이 한 어린 영혼을 들쑤셔, 말과 글의 그 비실제적 효용에 대한 매혹을 기르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방의 열정과 그 허망한 성취에 대한 동경으로 들뜨게 한 것일까. 스스로의 문학적인 재능에 대한 과장된 절망과 또 그만큼의 터무니없는 확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소중한 젊은 날을 탕진하게 한 뒤, 마침내는 별 가망 없는 언어의 장인(匠人)이 되어 남은 긴 세월 스스로를 물어 뜯으며 살아가게 만든 것일까.

 "무엇이 한 어린 영혼을 들쑤셔, 말과 글의 그 비실제적 효용에 대한 매혹을 기르고,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모방의 열정과 그 허망한 성취에 대한 동경으로 들뜨게 한 것일까. 스스로의 문학적인 재능에 대한 과장된 절망과 또 그만큼의 터무니없는 확신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소중한 젊은 날을 탕진하게 한 뒤, 마침내는 별 가망 없는 언어의 장인(匠人)이 되어 남은 긴 세월 스스로를 물어 뜯으며 살아가게 만든 것일까."
-이문열 산문집 『사색』(1991)

서른 넘어 문단 말석에 이름을 얹은 후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되면서 나는 숱하게 저 질문에 시달렸다. 당신은 어쩌다 말과 글을 평생의 도구로 선택하게 됐나. 왜 작가가 됐느냐는 질문인데,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막막함을 느끼곤 했다. 어쩌다 내 앞에 놓인 숱한 가능성 중에서, 투입과 산출의 균형이 현저하게 깨져 있는 감정적 생산을 나의 일로 결정하게 됐는지. 젊은 날 통과의례처럼 한 번은 대면하고 넘어갔어야 할 질문을 그냥 지나쳐버린 나는 작가가 된 후에도 그에 대한 답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곤 했다.

너무 일찍 찾아와 허망하게 끝났는데도 가슴속에 오래 살아남은 첫사랑이나, 삽시간에 타올랐다가 빠르게 사그라져버린 불같은 사랑의 추억도 내가 작가가 된 원인의 하나로 꼽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의 경험이 곧 작가를 길러내는 것이라면 세상은 시인과 작가로 넘쳐나지 않겠나.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3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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