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적 기생충이 우글거린다 by 아틀라스 김현민 기자
우리나라 영화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다고 언론들이 너무나 떠들기에 한번은 보아주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기생충>을 보았다. 영화는 매진, 예약 취소자의 자라 하나를 겨우 구해서 보았다.
보고난 느낌은 글쎄다. 이런 게 어찌 국제 영화상에 대상을 타야 하는지, 칸 영화제는 서양 좌파 예술인들의 소굴인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고나니, 내 몸 안에 기생충이 우글거리는 것 같이 느끼하다. 영화의 소재는 계급갈등이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쟎아요”란 카피 문구가 이를 대변한다. 부유층은 바보, 멍청이고,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사람들, 하층민들이 갖는 볼쾌감을 소재로 다뤘다.
가장 극적인 장면이 주인공 송강호가 자신의 냄새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박사장을 찌르는 장면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거짓으로 채용되고, 남의 집에서 양주를 꺼내 밤새도록 마시다가 몸에 나는 냄새를 탓하는 사람을 순간적인 적개심으로 칼로 찌른다. 돈 많고 잘 난체 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는 대중적 감성에 호소했다. 이런 무작정 살인을 재미 있게 처리한다고 권위있는 칸 영화제가 대상을 주었다는 사실에 상을 주는 사람이나, 상을 받는 사람이나, 그들의 정신상태를 의심케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이 늘상 계급 구조의 모순을 다룬다. <설국 열차>에서도, <옥자>에서도 신계급질서의 모순을 열차와 돼지라는 특정의 매개체를 통해서 드러낸다. 모순의 해결책은 엉뚱하다.
이번 영화도 계급구조에서 출발한다. 계급구조는 지하와 지상의 세계로 나뉜다. 유명건축가가 설계한 초호화 건물에 사는 박사장네라는 부루조아지, 반지하에서 사는 송강호네 가족들, 지하실에 숨어 사는 식모 부부.
스토리 전개는 우스꽝스럽다. 전형적인 블랙코미디다. 송강호 가족들은 부자를 속이고, 놀리며 모두 박사장네로 입주한다. 가정교사로, 기사로, 식모로 위장하며 그들은 가족임을 숨긴다. 박사장네가 캠핑을 떠난 어느날, 그들은 남의 집에서 남의 술과 안주를 훔쳐 먹다가 그들이 쫓아낸 식모가 집에 들어오면서 사건은 극적으로 반전한다. 그 집 지하에 신용불량자였던 식모 남편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가난한자와 더 가난한자의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을과 을의 대결이다.
그러던 중 박사장네가 들어오고, 야외에서 생일 잔치가 벌어진다. 또다른 을(乙)인 전식모의 남편이 지하실에서 내려온 송강호의 아들을 반죽음 상태로 구타하고, 지상에 올라와 딸을 칼로 찌른다. 이 대목에서 송강호가 박사장을 찌른다.
거의 정신착란적 상황을 만들어 영화는 종말을 향해 달린다. 마지막도 이해되지 않는다. 송강호 부인과 아들은 살아남아 아버지를 찾는다. 아버지는 지하실로 숨어 모르스 부호로 신호를 보내고, 아들은 그 신호를 읽어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알고 기뻐한다.
뒤죽박죽 섞인 흐름을 관통하는 것은 극빈층 행동의 정당화다. 그들이 비 새는 반지하에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속임수로 부잣집에 일하게 되는 것도 정당화되고, 부자 박사장을 죽이는 것도 정당화된다. 그 살인의 주범은 더 낮은 지하실로 들어가 살아남게 하면서 그 모든 범죄를 정당화했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이런 영화가 상을 받았다고 모든 언론이 극찬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대학생 평가에서 봉준호가 몇 년째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 1위에 뽑힌 것도 이 사회의 병리현상을 보여준다. 이상한 돌덩어리 하나가 영화 서두에서 끝을 이어간다. 무슨 신비주의인양 보이지만, 아무 의미가 없다. 종북 개그, 인디언 춤 등등, 풍자와 개그로 일관한다. 그러면서 주는 메시지는 부자는 죽여도 좋다, 가난한 자는 도망쳐서 살아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지하 벙커에서 평생을 살고, 가끔 지상에 올라와 음식 도둑질을 하는 것으로 사회적 모순이 해결되나. 기생충으로 남의 내장에 숨어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봉준호의 <기생충>이 갖는 사회적 이념을 좌파임은 분명하다. 그러면 사회주의라고 해야 할까, 무정부주의라 해야 할까. 허무주의가 강한 점에서 무정부주의적 색채가 강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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