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협소x곽주열: 오타쿠의 인식이 나락으로 떨어진 이유; 드래곤볼 토리야마 아키라가 일본망가 SF물에 끼친 영향; 일본 만화가 소년만화에서 이세계물로 트렌드가 옮겨간 것은, 또 자기 한 사람만을 사랑해주는 나데나데물이 인기인 것은, 현실에 체념하며 살아가는 오늘날의 일본 젊은이들의 상태를 상징;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에 있는 버튜버가 일본 인기 유튜버 순위 최상위권을 점유한다; 앞으로의 대중문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세분화된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브컬처만이 살아남겠지요. 그런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지금의 서브컬처’를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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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서브컬처와 오타쿠
1장 서브컬처의 시대
서브컬처, 소수자, 오타쿠 | 오타쿠 문화, 대중의 거리낌 | 오타쿠, 사회에 저항하다 | 오타쿠 컬처란 무엇인가? | 오타쿠 컬처는 여전히 서브컬처인가? | 오타쿠, 자처한 마이너리티 | 일본 만화, 신과 함께 등장하다 | 일본 서브컬처의 전성기 | 왜 서브컬처를 알아야 하는가?
2부 일본, 전쟁, 그리고 서브컬처
2장 거대로봇, 출격하라
「마징가Z」의 아성 | 거대로봇, 반전(反戰)을 노래하다 | 「철완 아톰」, 일본을 위로하다 | 진격하라, 「기동전사 건담」
3장 일본의 전성기, 불길한 예감
일본의 고도성장 | 미국은 일본의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 「AKIRA」, 일본의 버블을 찌르다 | 일본은 잘못 성장해버린 것일까?
4장 성장하는 일본, 멈춰 있는 일본
일본의 소년만화와 성장 | 「철완 아톰」과 기호의 문제 | 「드래곤볼」,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열다 | 초사이어인이 되다 | 「원피스」, 동료가 돼라! | 성장을 비틀다, 「데스노트」와 악역 주인공 | 왜 주인공은 부모님이 없나요? | 「진격의 거인」, 거악의 주인공 | 어른도 「원피스」를 꿈꿀 수 있어 |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 파랑새 이야기, 「강철의 연금술사」 | 살아라. 「마이 브로큰 마리코」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초속 5센티미터」 | 자기 혐오로 얼룩진 성장. 「치이는 조금 모자라」 | 「잘 자, 푼푼」
5장 자연과 신, 일본을 덮치다
재기발랄한 요괴들 그리고 「이누야샤」 | 「게게게의 기타로」, 우리를 구해줘 | 「학교괴담」은 불합리해 | 대앙의 대전제, 「스즈메의 문단속」 속 체념 | 「고지라」, 일본을 위협하다 | 「불새」, 순환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나와 호랑이님」은 단군 모독일까? | 본격은 괴기해, 「소년탐정 김전일」 | 트라우마, 「괴물 이야기」 | 「노라가미」, 믿음
3부 오타쿠의 욕망을 읽다
6장 가볍게, 오타쿠와 서브컬처
인간으로 돌아와, 「요술공주 밍키」 | 이젠 다 싫어, 「세일러문」 | 「신세기 에반게리온」 | 세카이계 |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7장 여성 오타쿠들의 욕망을 읽어라
사랑이 필요해 | 소녀만화는 조금 글루미, 「리본의 기사」 | 우리도 신데렐라! 「꽃보다 남자」 | 「소녀혁명 우테나」 | 백합, 순수함 | BL에 남자는 있을까? | ‘디폴트 여캐’, 새로운 바람
8장 소년들은 미소녀의 꿈을 꾸는가?
남성향 판타지의 근원 | 소년들에게도 사랑이 필요해, ‘러브 코미디’ | 러브 코미디의 창시 「시끌별 녀석들」 |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하렘 | 나 따위는 필요 없어, ‘미소녀 동물원’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9장 캐릭터와 모에, 서브컬처에 약동하다
모에, 불타다 | 데즈카 오사무는 도발적 | 「파렴치 학원」과 나가이 고 | 일본의 자유, 그리고 ‘롤리타 콤플렉스’ | 타카하시 루미코와 모에 | 클리셰, 그리고 「이세계 삼촌」 | 여성향 모에와 「은혼」
4부 뻗어나가는 서브컬처
10장 게임과 2차 창작, 참여하는 서브컬처
오타쿠에게는 ‘2차 창작’ | 「오소마츠 상」과 동인녀 | 게임과 동인, 그리고 「동방 프로젝트」 | 「에어맨이 쓰러지지 않아」, 니코동과 합성 | 「최애의 아이」와 아이돌
11장 아이돌과 인터넷 방송, 모두의 서브컬처
‘진짜’들로 이루어진 서브컬처 |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AKB48’ | 오타쿠와 인터넷 방송, ‘버츄얼 유튜버’ | ‘영상 도네이션’ | 밈, 인터넷의 돌림노래 | 유사연애, ‘가치코이’ | 더욱 진짜 같은 가짜, 더욱 가짜 같은 진짜
프롤로그
키워드별 작품 소개
---「에필로그」중에서
최근의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흥미로운 주제가 있습니다.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보긴 하지만 오타쿠는 아니지 않느냐.”. 그 대상은 오타쿠의 경계선에 서 있는 작품들입니다. 「진격의 거인」, 「원펀맨」, 「강철의 연금술사」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네요. (중략) 재미있는 점은 오타쿠들은 오히려 오타쿠가 되기 싫다고 하는 사람보다도 「진격의 거인」 따위를 보고 자신을 오타쿠라고지칭하는 사람들을 더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가짜라고 부르죠.
---「1장 서브컬처의 시대」중에서
사실 오타쿠가 볼 법한 문화라면 모두 오타쿠 컬처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음악에서도 오타쿠들이 흔히 들을 법한 음악이 있습니다. 그것을 J-POP이라고 부르면 특유의 차이점을 짚기 어렵기 때문에, 오타쿠들은 J-POP이 아닌 보컬로이드 음악, 혹은 애니 음악 등으로 따로 검색하곤 합니다. 오타쿠 문화를 따로 정의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요. 인터넷 방송도 오타쿠들이 보기 시작하면 오타쿠들을 위한 미소녀 캐릭터를 동원합니다. 버츄얼 유튜버는 그렇게 등장했지요. 어느 문화든, 오타쿠들이 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오타쿠 컬처에 편입되게 됩니다. 문화에 소비자가 종속된 것이 아닌 소비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문화니까요.
---「1장 서브컬처의 시대」중에서
이제 ‘모든’ 대중을 노리는 것은 무리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어떤 창작물이든 타깃층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대중문화는 시장 세분화로 갈기갈기 찢어집니다. 그렇게 깨부숴진 대중문화는 결국 ‘특정 세대 혹은 계층 혹은 성별’만이 즐기는 문화로 다시 뿌리내립니다. 대중문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폭발하며, 작은 문화들로 뿌리내립니다. 이 1장의 첫 번째부터 꾸준히 말했던 그 단어의 시대입니다. 서브컬처의 시대!
---「1장 서브컬처의 시대」중에서
소년만화라는 말은 그대로 뜯어보면, 소년이 주인공인 만화처럼 느껴집니다. 루피와 이치고, 나루토가 그렇듯이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소년만화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드래곤볼」의 손오공은 나이가 들어 손자까지 봐도 소년만화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은혼」의 경우처럼 주인공인 사카타 긴토키가 아예 처음부터 아저씨여도 소년만화라고 불리죠. (중략) 소년만화에서 소년들을 전율시키는 것은 노력을 통해서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년만화에서는 성장을 묘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4장 성장하는 일본, 멈춰 있는 일본」중에서
「드래곤볼」에서 가장 임팩트가 강한 장면은 '호오 전투력이 올라가는군요' 장면일 것입니다. 프리저가 분노한 손오공을 보면서 말하는 것이죠. 이 작품에서 하나의 공식을 성립하기도 하는 장면입니다. 손오공은 빡치면 세진다. 시쳇말로 표현해서 죄송합니다. 이 공식을 주입당하게 된 독자들은 프리저가 끼고 있던 스카우터가 폭발해버릴 때, 주인공의 전투력이 성장했음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동시에 주인공인 손오공의 기분까지 전달받을 수 있죠. '손오공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빡쳤구나'. 스카우터가 보여주는 마법입니다.
---「4장 성장하는 일본, 멈춰 있는 일본」중에서
기존의 SF 장르의 작품에서도 주인공이 세계멸망급의 서사에 맞서는 경우는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외부에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를 주인공이라는 존재가 맞서는 것이었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에서는 역으로 주인공이 재앙을 불러오기까지 합니다. '구하지 못하면 세계가 멸망한다'가 아닌, 주인공이 세계의 존망을 '선택한다'에 가까운 스토리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은 유행이 되어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죠. 이것을 이른바 '세카이계'라고 부릅니다. 일본어로 세카이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6장 가볍게, 오타쿠와 서브컬처」중에서
창작자는 여전히 본질을 고민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런 거대 서사를 담은 작품들조차도 욕망을 담지 못하면 도태됩니다.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에 그림체는 오히려 전 세계를 뒤덮고 있습니다. 모두의 공감대보다는 특정하고 확실한 욕망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1장에서 말했던 ‘서브컬처’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바로 그 선두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작품입니다. 욕망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은 이러한 의의도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와 우울한 거대 서사에 매몰되어 있던 오타쿠들이 현실의 즐거움에 눈을 뜨게 해줬다는 의의지요. 거대로봇을 조작하면 어떨까? 같은 상상을 하던 오타쿠들은 이제 ‘학교에서 즐거운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와 같은 상상을 합니다. 물론 둘 다 망상에 가까울지라도, 어느 쪽이 더 현실에 가까운 지는 자명합니다.
---「6장 가볍게, 오타쿠와 서브컬처」중에서
오타쿠들은 누구보다 그들의 ‘진짜’를 갈구하면서도, 그 ‘진짜’가 ‘가짜’에 섞여 나오는 것을 증오합니다. 마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셈과 같은 느낌입니다. 자신이 보기 싫은 부분들은 어딘가에 묶어놓고, 자신이 보고 싶은 이미지만 소비합니다. 미래의 문화를 주도할 사람들은 이들입니다. 보컬로이드 등이 출현한 것이 이미 20년이 지난 일입니다. 한국은 일본이 깔아놓은 ‘이미지 소비’의 판에 가장 먼저 올라탄 국가입니다. 일본에서 버츄얼 유튜버가 등장한 2016년, 단 2년만에 한국에서도 최초의 버츄얼 유튜버가 등장했습니다.
---「11장 아이돌과 인터넷 방송, 모두의 서브컬처」중에서
오타쿠가, 아니 미래의 문화 소비자인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콘텐츠의 본질이 아닙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어떤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아이돌을 만나서 서로 인사를 했다는 만족감은 유사 사회관계일 것입니다. 사실 아이돌은 내 얼굴 따위 기억도 하지 못하겠죠. 하지만 그 만족감만은 진짜입니다. 굳이 그 안에서 ‘사실은 공허할 것이다’ 따위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11장 아이돌과 인터넷 방송, 모두의 서브컬처」중에서
앞으로의 대중문화는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에게 ‘세분화된 만족’을 줄 수 있는 서브컬처만이 살아남겠지요. 그런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지금의 서브컬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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