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라인'마저 무너졌다…일본, 34년 만의 '충격 상황' / 일 중앙은행 총재 "엔화 약세 물가에 큰 영향 없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2575351
日 '환율 방어선 155엔' 붕괴
금리 인상론 힘 받는다
日銀 금융정책결정회의 주목
마이너스 금리 해제했지만
美 금리인하 기대감 꺾이자
엔 매도, 달러 매수 수요 급증
"엔·달러 환율 160엔 넘을 수도"
재계 '엔저 억제' 목소리도 커져
日銀 추가 금리인상 시사할 수도
금리 인상론 힘 받는다
日銀 금융정책결정회의 주목
마이너스 금리 해제했지만
美 금리인하 기대감 꺾이자
엔 매도, 달러 매수 수요 급증
"엔·달러 환율 160엔 넘을 수도"
재계 '엔저 억제' 목소리도 커져
日銀 추가 금리인상 시사할 수도
일본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 외환시장의 ‘방어 라인’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55엔마저 돌파(엔화 약세)했다. 34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관측이 후퇴했지만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엔 매도·달러 매수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과도한 엔저에 일본 재계에서도 ‘저지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구두 개입을 넘어 외환시장에 실제 개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시장은 26일까지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우에다 가즈오 총재(사진)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0~0.1%로 인상했을 때만 해도 엔화 가치가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완화적 금융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꺾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일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함에 따라 엔 매도·달러 매수가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꾸준히 구두 개입으로 급격한 엔저를 견제해 왔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반복했다. 지난 17일에는 한·미·일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섰다.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된 데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일본 내 강한 달러 매수 수요 때문이다. 오카다 유스케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상급조사역은 “수입 기업이 엔저에 따른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달러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엔 매도 압력도 있다. 유료 동영상서비스 확산 등에 따라 미국 넷플릭스, 아마존닷컴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달러 지불이 늘면서 이른바 ‘디지털 적자’만 연간 5조엔 규모에 이른다.
반면 엔 매수 수요는 부족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일본 기업들은 환율에 좌우되지 않는 사업 구조를 강화했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 가져오는 대신 현지 재투자에 썼다. 이런 상황에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 세력까지 편승해 엔을 팔아치웠다.
그러나 엔 매수 개입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학습 효과 때문이다. 2022년 10월 엔 매수 개입액은 5조6202억엔으로, 1991년 4월 이후 최대였다. 그런데도 엔·달러 환율은 1년여 만에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다시 올랐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무역수지 적자 등에 더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 매수 개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행의 외화 잔액은 2월 기준 1조2810억달러(약 193조엔)지만 대부분 미 국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너무 완화적인 금융정책 탓에 엔저가 멈추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장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릴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에다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총재는 최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과도한 엔저가 물가에 영향을 주면 이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과도한 엔저에 일본 재계에서도 ‘저지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구두 개입을 넘어 외환시장에 실제 개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시장은 26일까지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우에다 가즈오 총재(사진)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 매도·달러 매수세 지속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5.73엔까지 치솟았다. 1990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엔·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140엔 수준이었지만, 지난달 150엔대로 올라선 데 이어 조만간 160엔을 넘어설 기세다.일본은행이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0~0.1%로 인상했을 때만 해도 엔화 가치가 오름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완화적 금융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반면 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꺾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미·일 금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함에 따라 엔 매도·달러 매수가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꾸준히 구두 개입으로 급격한 엔저를 견제해 왔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과도한 움직임에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반복했다. 지난 17일에는 한·미·일 재무장관이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섰다.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가치 하락이 지속된 데 대한 우려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말발’이 먹히지 않는 것은 일본 내 강한 달러 매수 수요 때문이다. 오카다 유스케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상급조사역은 “수입 기업이 엔저에 따른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달러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엔 매도 압력도 있다. 유료 동영상서비스 확산 등에 따라 미국 넷플릭스, 아마존닷컴 등 해외 플랫폼에 대한 달러 지불이 늘면서 이른바 ‘디지털 적자’만 연간 5조엔 규모에 이른다.
반면 엔 매수 수요는 부족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일본 기업들은 환율에 좌우되지 않는 사업 구조를 강화했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 가져오는 대신 현지 재투자에 썼다. 이런 상황에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 세력까지 편승해 엔을 팔아치웠다.
○일본은행 추가 금리 인상 주목
관건은 일본 정부의 ‘실제 개입’이다. 일본 정부의 직전 엔 매수 개입은 2022년 10월이었다. 야마다 슈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155엔을 넘어도 개입하지 않으면 조기에 16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일 재무장관 회담 등을 거쳐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을 위한 정지 작업을 끝냈다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재계에서도 엔저 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개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엔 매수 개입 효과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학습 효과 때문이다. 2022년 10월 엔 매수 개입액은 5조6202억엔으로, 1991년 4월 이후 최대였다. 그런데도 엔·달러 환율은 1년여 만에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다시 올랐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 무역수지 적자 등에 더 강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 매수 개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행의 외화 잔액은 2월 기준 1조2810억달러(약 193조엔)지만 대부분 미 국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너무 완화적인 금융정책 탓에 엔저가 멈추지 않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장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올릴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다. 다만 우에다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총재는 최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과도한 엔저가 물가에 영향을 주면 이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 금리 인상 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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