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팔작전을 통해 생각해보는 인류역사의 험난한 과정 및 농업혁명의 위대함; 대자연은 인간의 생각과 다르게 식용생물이 거의 없으며, 아시아 인류의 주식인 쌀만 해도 처음부터 흰 쌀이 자라서 섭취한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품종을 개량했거나, 우연히 발생한 식용에 유리한 변종을 보존 및 개선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일본인은 원래 초식동물이니 가다가 길가에 난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
식량이 부족해서 곤란에 처할 것이라는 보급부대 참보들의 조언에 대해 사령부는 또 기가 막힌 방법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것은 정글에 나 있는 식물을 식량으로 채집해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사령부는 식물학자들을 동원하여 빈랑 나무, 고사리 등등 미얀마 정글 일대의 식용식물들을 정리해 도감으로 만들어 침공부대에 나누어 주었다. 즉, 다시 말해 보급을 해주기는 커녕, 여기 먹을 수 있는 식물 목록이 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현지에서 식량을 보급하라는 뜻이다. 한 수 더 떠서 '일본인은 주로 채식을 하기 때문에 식량이 떨어지면 초근목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또는 '일본군은 원래 초식동물인 고로 주위를 둘러보면 풀이 이토록 많으니 먹을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기록도 있다.[15] 그런데 그 말이 그 말이다. 당시의 참전했던 군인들 중 한 명은 풀을 가리키면서 "식량이 사방에 널렸는데 뭐가 걱정이냐. 풀을 뜯어먹으면서 전진하면 된다."라고 말했다는 증언도 남겼다.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식량이 떨어지자 주변의 식물을 아무거나 집어먹다가 전멸한 사례는 흔하다. 게다가 정글은 사람들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녹색 사막'이라고 부를 정도로[16] 생산력과 인구부양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지역인데, 사람이 먹을 만하거나 많이 나는 식물은 적지만 독성을 가진 식물은 많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은 현재 인류가 식용하는 동식물들의 야생종은 사람이 도저히 섭취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아시아 인류의 주식인 만 해도 처음부터 흰 쌀이 자라서 섭취한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품종을 개량했거나, 우연히 발생한 식용에 유리한 변종을 보존 및 개선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 인류의 손을 타지 않은 야생 그대로인 동식물은 함부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 즉 채식 위주라고 해도 결국은 인류의 손을 탄 식물성 식품을 기반으로 한 채식, 그것도 토끼풀이나 잔디 같은 말 그대로 풀이 아닌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곡식 위주이므로, 들판에서 자란 야생식물까지 먹을 수는 없다.

게다가 식물에는 흔히 독이 있다. 식물은 벌레나 초식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진화시켰는데 바로 알칼리계 독들이다. 현미에도 약한 독성성분이 들어있다. 단지 식용식물의 독은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이 되도록 진화시킨 경우라 문제가 안 될 뿐. 특히 종족의 유지를 위해 씨와 씨를 보호하는 기관에 독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 즉 풀이라고 아무 거나 뜯어 먹으면 죽거나 탈난다. 대표적 예가 버섯인데, 독버섯일수록 '날 좀 먹어줘요' 식으로 크고 예쁘게 자라지만[17] 이에 혹해서 먹는 순간 큰일 또는 사망이다.

식물에서 눈을 돌려 벌레나 작은 동물을 사냥한다고 쳐도, 그걸로 1만 병력 이상의 식량이 될 리가 있겠는가? 저런 것만 먹으면 몸이 버틸 수 없다. 그 베어 그릴스도 구조받을 때까지 살아남는 시간을 연장하려고 벌레를 먹는다.[18]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로 벌레나 쥐, 뱀, 개구리, 도마뱀 따위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민간인이라면 몰라도 이들은 군인이었다. 군인들은 전투상황 내지 전투 준비에 필요한 훈련 등의 이유로 어마어마한 열량을 소모한다. 뚱뚱한 사람이 군복무 시절에 찍은 사진을 보면 극초기에 찍었거나 땡보직이 아닌 한 대부분은 체형이 평범하게 잘 변하는데, 그만큼 열량을 미친 듯 소모하여 살이 빠지기 때문이다. 특히 훈련병 때는 위에 구멍난 것 마냥 원 없이 짬밥을 퍼먹어도 살이 빠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19] 하다못해 예비군훈련만 받아도 살은 빠져서 온다.

따라서 군인에게 요구되는 섭취 열량도 그에 상응하는 고열량이다. 실제로 병영 식단은 1일 약 3천 kcal를 조금 넘는 기준으로 짜인다. 전투식량들을 보면 알겠지만 평시에 먹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잉열량을 자랑하는데, 실전상황에서는 그걸 퍼먹고도 열량이 부족해질 정도로 격렬하게 소모한다.

이렇게 급양이 군대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 분은 보급이라고는 하나도 모르고, 거기에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않는데 군인들이 잘 버티고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괜히 나폴레옹이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 하고 말한 게 아니다.[20] 더구나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는 정글에서는 전투력 유지와 생존을 위해 잘 먹고 체력을 보존하는 게 더더욱 중요한데 풀만 뜯어 먹으라는 것은 이미 그 시점에서 전투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본인도 솔선수범해서 그렇게 생활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올시다. 추가로 약탈 보급을 할 거라며 예로 들었던 칭기즈 칸도, 식량은 말린 고기인 보르츠와 유제품인 아롤 등의 전통 보존식으로 철저히 준비해 놨을 정도로 보급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무타구치 렌야의 저 "길가에 난 풀을 뜯어먹으며 진격하라." 하는 말은 군대에서만이 아니라 이제까지 인류가 상대해온 적들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그리고 어쩌면 인류 역사가 끝날 때까지도 이기지 못할 대자연을 적으로 돌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결과적으로 이런 보급상 누수 때문에 무다구치의 예하 사단들은 목표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진맥진 상태에 이르렀고, 부족한 식량은 고스란히 일대에 얼마 안 되는 현지인들의 촌락에 대한 무자비한 약탈[21]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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