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를 결혼식에서 처음 보는 인도 결혼의 현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7751237
인도 신부 지참금, 신랑의 7배... 불법 규정에도 악습 여전
- 수틱 비스와스
- BBC 인도 특파원
인도 농촌에서 결혼 지참금 문화가 지난 수십년 동안 대체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오고 있다는 세계은행(WB) 보고서가 나왔다.
연구진은 1960년에서 2008년까지 인도 시골 마을에서 이뤄진 결혼 4만 건을 추적했다.
그 결과 이 중 95%에서 지참금이 오간 사실이 확인됐다. 인도 정부는 1961년부터 결혼 지참금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참금 관행은 '악습'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여성들을 가정 폭력과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남아시아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돼 온 지참금 문화는 신부의 부모가 신랑 가족에게 현금과 옷, 보석을 선물하는 관습이다.
보고서는 인도 인구의 96%가 거주하고 있는 17개 주의 지참금 자료를 토대로 작성됐다. 인도인 대다수가 농촌 마을에서 계속 살고 있기 때문에 농촌 지역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연구진은 이들이 결혼 당시 주고 받은 현금 등 선물의 가치를 따져 분석했다.
연구진은 신부 가족이 신랑 측에 건넨 선물 비용에서 신랑 가족이 신부 측에 보낸 선물의 가치를 빼는 방식으로 '순(純)지참금'을 산출했다.
순지참금 평균은 1975년 이전과 2000년 이후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도 눈에 띄게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돼 왔다.
연구진은 신랑 측이 신부 측에게 건네는 선물 비용으로 평균 5000루피(약 7만5800원)를 쓴다는 것을 확인했다.
신부 측의 선물 비용은 약 3만2000루피(약 48만5200원)로 신랑 측보다 7배가량 더 많았다. 이에 따라 '순지참금'은 2만7000루피(약 40만8300원)로 확인됐다.
지참금은 가계 저축과 소득의 상당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2007년 인도 농촌의 평균 '순지참금'은 연간 가계소득의 14%에 해당했다.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의 경제학자인 아누크리티 박사는 "지참금의 소득 대비 비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다"며 "이는 인도 농촌 평균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는 평균적인 수치일 뿐"이라며 "각 가구의 소득 대비 지참금이 얼마나 큰지를 살펴보려면 가계 소득이나 지출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자료는 없었다"고 말했다.
인도의 결혼
- 인도의 거의 모든 결혼은 일부일처제다.
- 이혼율은 1% 미만이다.
- 부모는 자녀의 신부나 신랑 선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60년에서 2005년 사이 이뤄진 결혼의 90% 이상은 부모가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한 경우였다.
- 결혼한 부부 90% 이상은 남편의 가족과 함께 산다.
- 85%가 넘는 여성들이 다른 마을의 남자와 결혼했다.
- 결혼의 78.3%는 같은 지역 안에서 이뤄졌다.
출처: 가우라브 치플렁카와 제프리 위버(Gaurav Chiplunkar and Jeffrey Weaver)의 결혼 시장과 인도의 지참금 증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인도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결혼 시장과 법률, 남녀 인적 자원, 여성 노동 시장에 극적인 변화나 구조적인 혁신이 없는 상황"에서 지참금 지급의 추세나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참금 관습이 인도의 모든 주요 종교집단에도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기독교인들과 시크교도들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보다 평균 지참금이 크게 올라 평균을 상회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참금이 각 주별로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
남부 케랄라 주는 1970년대 이후 지참금이 급격하고 꾸준하게 증가했는데 이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평균 지참금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으로 조사됐다. 하리아나, 펀잡, 구자라트 등 다른 주에서도 지참금이 증가했다. 반면 오디샤, 웨스트 벵골, 타밀 나두, 마하라슈트라 주에서는 평균 지참금이 감소했다.
아누크리티 박사는 "이러한 차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며 "추후 연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 가우라브 치플렁카와 제프리 위버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서 인도의 결혼 지참금 제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분석했다. 이들은 지난 20세기 동안 인도에서 이뤄진 7만4000건 이상의 결혼 자료를 연구에 활용했다.
연구진은 1930년에서 1975년까지 지참금을 포함한 인도 결혼 규모가 2배 늘어났고, 지참금의 실질 가치 평균은 3배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1975년 이후 평균 지참금 규모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1950년부터 1999년까지 인도의 결혼 지참금 총액을 약 2500억달러(약 282조7500억원)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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