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맞나? 에티오피아 총리, 총칼 들고 “돌격 앞으로”; 노벨평화상; 개벨평화상; 미개한 대중들이나 노벨상의 권위를 추종하겠지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EPA 연합뉴스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EPA 연합뉴스

아비 아머드(44)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역대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전 세계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20년에 걸친 이웃 국가들과의 동(東)아프리카 분쟁을 끝내는 역사적 화해를 주도한 지도자로 부각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넬슨 만델라, 버락 오바마와 비견되는 흑인 지도자”라고 했다.

그런 아비 총리가 1년 전 찬사가 무색할 만큼 돌변했다. 소수 민족을 상대로 내전을 벌이며 무력으로 찍어 누르고,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도 무시하고 있다. 그의 막가파식 행보 때문에 노벨위원회가 엉뚱한 사람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비 총리는 26일(현지 시각) 정부군에게 북부 티그레이 지방의 주요 도시 메켈레를 공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22일 티그레이의 통치 세력인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TPLF)에 “사흘 내에 항복하라”고 요구한 뒤 최후통첩 시한이 끝난 지 몇 시간 만에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는 민간인 희생을 막아달라는 유엔의 휴전 촉구도 일축했다. 그는 트위터에 “주권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썼다.

지난 4일 시작된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TPLF 사이의 교전으로 수천명이 사망했고, 4만여 명이 이웃 나라 수단으로 대피했다. 유엔은 티그레이 지역에서 200만명이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00번째 평화상 받아놓고… ‐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00번째 평화상 받아놓고… ‐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비 총리가 티그레이 지방을 제압하려는 것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티그레이 지방은 인구로는 전체의 6% 정도지만 25만명의 무장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군사력은 나라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아비 총리가 티그레이 지방을 공격하는 것은 장기 집권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991년 에티오피아가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 연립 정부를 꾸려온 4개 정당 중 3곳이 2018년 아비 총리 취임 이후 번영당이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하지만 티그레이의 TPLF만 독자 노선을 택하며 떨어져 나갔다.

번영당은 에티오피아 의회의 전체 547석 중 512석을 차지하고 있고, 유일한 원내 야당인 TPLF는 35석만 갖고 있다. 그런데도 아비 총리는 TPLF의 씨를 말리려고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아비 총리가 80여 부족을 아우르는 포용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적(政敵) 제거에 골몰한다는 것이다.

아비 총리는 영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딴 이후 정보 장교로 복무하다 2010년 총선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총리 취임 후 20명의 장관 중 10명을 여성으로 임명해 젊은 층과 여성들의 환호를 받았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도 인기를 끌었다.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거나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에 아비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띄운 젊은이가 많았다. ‘아비마니아(Abiymania)’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아비 총리가 의회의 다수 의석과 극성 지지층을 믿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개혁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들은 그가 유엔의 화해 권고를 무시하면서 티그레이의 주도 메켈레에 살고 있는 주민 50만명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비 총리의 행동으로 노벨평화상 선정 기준에 의심이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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