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변방에서 시작된다: 진나라 오랑캐 출신인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했으며, 소수민족 객가 출신인 덩샤오핑이 중국을 평정하였고, 1789년 프랑스 혁명이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 세력의 간계로 일어났으며, 이탈리아 코르시카 출신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지배하고, 별볼일 없던 사보이아 가문이 이탈리아를 통일했으며, 조슈와 사쓰마가 메이지유신을 일으켰고, 발칸에서의 분쟁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지정학의 아버지'인 해퍼드 존 매킨더가 동유럽, 발칸 등 하트랜드의 장악이 세계지배로 이어진다고 역설했듯이, 또 판잣집 출신 손정의가 일본 제일의 거부가 되었듯이, 역사는 변방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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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지대/매킨더 지음/임정관·최용환 옮김/글항아리/332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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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대(Heartland)를 장악하고, 심장지대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도(World-Island)를 지배하며, 세계도를 지배하는 자가 전 세계를 지배한다.” 무려 100여년 전에 제시됐던 국제 역학 이론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 책 ‘심장지대’는 영국의 지리학자인 저자가 주창한 동명의 이론을 담고 있다. 1919년 심장지대 이론을 정리해 출간한 ‘데모크라시의 이상과 현실’이란 책을 1부로 삼고, 처음으로 심장지대란 용어를 언급한 1904년 ‘지리학으로 본 역사의 주축’ 논문과 1943년 ‘지정학의 세계와 평화의 길’ 논문을 묶어 2부로 삼았다.

심장지대는 유라시아 북부와 내륙 지역을 말한다. 북극해 연안에서 흑해까지, 아시아의 절반과 유럽의 4분의1이 포함됐다. 자연 방벽들에 둘러싸여 공격하기는 어렵고 방어는 쉬우며, 서쪽의 동유럽 방향으로는 열려 있다. 현 러시아의 영토 상당 부분이 여기에 속했다. 세계도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친 지역이다.

심장지대가 새삼 주목받는 건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른 동유럽 정세 때문이다. 저자의 이론을 적용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심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확장하려는 유럽과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가 충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저자는 “러시아가 발칸을 제압하고, 크림반도를 제압하면 유라시아를 제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심장지대 전역을 지배하는 최초의 세력으로,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국가”라는 주장을 폈다. 전제주의 국가인 러시아(대륙세력)가 심장지대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민주주의 국가인 영국(해양세력)이 막아야 한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당시 ‘영국’을 ‘미국’으로 치환하면 현재 상황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러시아의 최고 엘리트들이 저자의 책을 필독서로 읽어 왔다는 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저자는 또 심장지대를 에워싼 ‘심장지대 보호 지역’의 국가들이 심장지대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고, 국제연맹을 공고히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손원천 기자 

 

 

 

 

“심장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인류사에 영향 미친 15권 중 하나
해퍼드 존 매킨더의 『심장지대』 한국어판 출간!

지정학의 기원이 된 고전. 국제관계를 동태학적으로 파악하려는 ‘심장지대 전략론’의 전모 ‘지정학의 시조’ 매킨더의 환상의 명저”
아시아 대륙을 장악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도서관학의 거두로 미국도서관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로버트 다운스(1903~1991)는 『역사를 움직인 책』이란 저서에서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열다섯 권의 책을 선정했다. 여기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스미스의 『국부론』, 맬서스의 『인구론』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책들과 함께 꽤 낯선 책도 한 권 포함돼 있다. 바로 해퍼드 존 매킨더의 『데모크라시의 이상과 현실』이다. 매킨더의 이 책은 지정학의 개념을 창시하고 지리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놀라운 분석을 담고 있다.

또한 서구 민주주의와 아시아 공산주의 사이에 벌어졌던 전 지구적 범위의 투쟁에 관해서도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매킨더는 특히 니컬러스 스파이크먼,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매킨더의 사상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전공자를 제외한 일반인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일본 지정학의 선구자 소무라 야스노부 도쿄대 명예교수는 “세상에는 ‘환상의 명저’라는 말이 있다. 매킨더의 저서는 이 표현에 딱 들어맞는다. 하지만 일본인 중에서 실제로 이 책을 읽었다는 사람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Halford John Mackinder
지정학과 전략 지정학Geostrategy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리학자이자 교육자, 정치인이었다. 레딩대학 초대 총장을 지냈으며, 글래스고 캠라치 의원과 런던정경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매킨더는 1861년 영국 링컨셔주 게인즈버러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퀸 엘리자베스 문법학교와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대학에서 생물학과 현대사 학위를 받았다. 1887년 신지리학에 대한 선언문인 「지리학의 범위와 방법에 대하여On the Scope and Methods of Geography」를 발표하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신지리학을 가르쳤다. 매킨더는 런던정경대학 설립자 중 한 명이었으며, 처음 케냐산을 오른 유럽인 원정대의 리더이기도 했다. 1902년에는 최초로 영국 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지형학을 담은 지역 지리학의 고전 『영국과 영국해Britain and the British Seas』를 출판했다. 1904년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발표한 강연문 「지리학으로 본 역사의 추축The Geographical Pivot of History」에서 최초로 ‘심장지대heartland’라는 표현을 쓰면서 지정학적 분석의 범위를 지구 전체로 확장했다. 매킨더의 연구는 영국에서 지리학이 독립적인 학문분과로 인정받는 데 있어 기틀을 마련했으며, 그가 제시한 지정학적 틀은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들에게로 이어져 미국의 패권 전략을 확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심장지대는 북쪽으로 북극해, 매킨더가 레나랜드Lenaland라고 명명한 예니세이강 뒤편의 광활한 황야, 고비·티베트·이란 사막과 알타이산맥에서 힌두쿠시산맥으로 이루어지는 자연 방벽들에 둘러싸인 지역이다. 이 자연 방벽들을 돌파하여 심장지대로 접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지역은 공격하기 어려운 반면 방어하기는 쉽다. 반면 심장지대는 서쪽으로 열려 있는데, 이 지역이 동유럽이다. 동유럽은 튜턴과 슬라브가 교차하는 지역이자, 전략적으로는 심장지대로 들어가는 입구다. 심장지대의 서쪽으로 열린 공간은 매우 넓기 때문에 불과 수백 년 전만 하더라도 효과적인 방어가 어려웠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 지역을 방어할 만한 군사력을 갖춘 육상 세력의 등장을 보여줬다._6쪽

요즘 독일 전쟁지도German war map는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영국과 미국 국민 대다수가 지난 3세대 동안 독일에서 지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신문화에서 지도는 핵심적인 도구이며 독일 지식인들은 누구나 지리학자로서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수준은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독일인은 종이 위에 그려진 전통적인 국경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지형에 숨겨진 기회까지 읽어내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한다. 그들의 현실 정치는 마음속 지도mental map를 토대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_43쪽

우리는 오늘날의 유럽을 형성한 절구와 절굿공이의 관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절굿공이 역할은 심장지대의 대륙 세력이었다._136쪽

만약 러시아가 1908년처럼 굴복했다면 1916년에 독일과의 관세 협정을 갱신해 경제적 예속 상태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상의 사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지만, 재건의 핵심이 세계대전의 결전이 벌어진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는다._197~198쪽

따라서 연맹의 문제는 대륙의 심장지대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 지역의 자연환경은 궁극적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인간은 예지력과 굳건한 약속으로서 심장지대를 어느 한 세력이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한다. 혁명에도 불구하고 독일인과 러시아인 역시 계속적 존재이며 각각 강력한 역사적 모멘텀을 지니고 있다._218쪽

지금까지 세계를 한 바퀴 돌아봤다. 현재 모든 체계는 폐쇄되어 있으며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고 일부에 변화를 줄 수는 없는 상태라는 점, 불완전한 사고의 폐기물이 어떤 방해도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사막 해안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논리적이고 대칭적으로 사고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주의 깊게 행동하도록 하자. 우리는 거대한 계속적 존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존재를 멈추거나 움직이는 속도를 둔화시키면 가차 없는 징벌을 당할 것이다. 반면 어떤 안내도 없이 굴러가게 방치하면 또 다른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다. 단순히 울타리를 치고, 울타리가 넘어지면 손보는 방식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 계속적 존재는 행복을 ‘추구하는’ 수억 명의 터전이며 인간은 개미군단처럼 울타리 곳곳을 기어오를 것이다. 오로지 이상이라는 매력으로 당겨야만 인간을 인도할 수 있다. 기독교가 교리와 기적을 둘러싼 비평에도 불구하고 1900년 후에 승리를 거둔 비결 또한 여기에 있다._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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