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다의 해체주의적 시각에서 생각해보는 '재벌집 막내아들'


1. 이 드라마의 각본과 개연성은 형편이 없다.

작가의 학력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포인트가 군데군데 있다.

바다 위 절벽에서 총을 직격으로 맞고 추락했는데 국정원 요원들에 의해 구조되어 살아났다거나,

주인공이 순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데, 순양가 후계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재산 7000억을 사회에 환원하여 국민적으로 유명해진 재벌3세 도진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형사사건을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으로 무마시키는 모습이라던가, 

지분보다는 경영권을 재벌 지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비금융적 사고방식이라던가,

김상조의 예에서 보듯 실제로는 꽤 추악하지만, 정의롭게 포장된 소액주주운동이라던가,

보다보면 정말로 따지고 싶은 어처구니가 없는 대목들이 많다.



2. 작가의 형편없는 지적 능력에 비해 이 드라마의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보장이 된다.

혹자는 드라마의 재미있는 부분들은 모두

원작 웹소설에서 나왔다고 하고,

재미없는 부분들 (특히 전생 회상씬 + 연애씬)은

작가의 창작이라고 지적하는데,

원작을 안 읽어봐서 모르겠다.



3. 드라마의 제목이 워낙 거지 같아서

처음 이 드라마의 존재를 인지하고서는 혀를 끌끌 찼으나,

(비슷한 버전으로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병신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있다)

원작이 상당한 호평을 받은 웹소설이고,

그 웹소설을 샐러리맨 짬밥이 꽤 높은 386 세대 출신이 썼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놀랐다.



4. 개돼지 같은 대중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삼성과 현대만 떠올렸지,

(*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은 이병철, 이건희에서 모티브를 따온 게 분명하다. 정미소에서 시작하여 반도체에 투자한 장면도 그렇고, 정도경영을 표방하는 것도 그렇고, 진양철의 딸이 백화점 사업을 맡은 것도 그렇고, 서예를 즐겨 하는 것도 그렇고, 스시 셰프와 대화하는 대사도 그렇고, IMF 때 자동차 회사간 빅딜을 추진하는 것도 그렇고, 병실에서 치료를 받는 장면도 그렇고, 물산이 회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도 그렇고, 지주사 전환을 둘러싼 잡음도 그렇고, 이항재 비서실장이 이학수를 모티브로 한 것도 그렇고, 아랫사람들이 재벌가 사람들을 거론할 때는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 회사 내규도 그렇다. 그냥 그대로 베낀 부분이 너무 많다. 심지어 진양철의 자서전은 이병철, 이건희가 출간했던 책 표지와 흡사하다.

순양의 경쟁상대인 대현은 '현대'에서 철자만 거꾸로 했다. 대현 회장은 정주영처럼 이북 출신에 사투리를 쓰며, 자동차가 주력 산업이다. )

삼성가와 사돈관계인 중앙일보/jTBC 오너 홍석현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근데 이 드라마의 (환생한) 주인공이 어느 학교 출신인가?

서울 법대다.

범삼성가에서 유일하게 서울 법대를 나온 사람이 누군가?

홍석현 동생 홍석조다.


드라마의 주인공 역시 홍씨 가문처럼 삼성 (순양)의 입장에서는 방계다.

 

드라마 주인공이 주력으로 올인하는 미디어 사업은 어느 회사를 떠올리게 하는가?

홍석현이 만든 jTBC다.

 

해외자본(검은머리 외국인)과 손잡고 소액주주운동으로 삼성을 엿먹이는 건 누구인가?

2016년 이후 삼성과 '대놓고' 적대적인 jTBC와 홍석현을 떠올리게 한다.


이외도 진영기의 아들인 진성준이 이재용이라고 봤을 때,

(* 진양철의 장남인 진영기는 이병철의 무능력한 (?) 장남인 이맹희,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이병철 대신 옥살이를 한 차남 이창희 등을 섞은 캐릭터다.)

홍석현이 교묘하게 이재용을 엿먹이는 듯한 드라마 설정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 드라마에서 행방이 묘연한 7000억의 비자금을 물고 늘어지는 장면은 삼성가의 비자금을 떠올리게 한다.

 

2. 진성준과 정략결혼을 한 상대 모현민은 마치 이재용과 임세령을 떠올리게 한다.


3. 진성준이 처음으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DMC사업은 2012년 이재용이 삼성에서 DMC (Digital Media & Communications) 부문을 폐지해야 했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4.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주인이 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은 이재용을 떠올리게 한다.


5. 검찰 포토라인에 서거나, 청문회에 나오게 되는 장면 역시 이재용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진성준의 성격도 묘하게 이재용을 풍자한 듯한 뉘앙스다. 진성준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조곤조곤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조금만 문제가 생기거나 속내가 드러날 일이 생겨도 굉장히 포악한 성격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며 정신상태도 불안정하다. 이재용도 사석에서는 육두문자를 많이 쓴다고 한다.

 

물론 드라마와 실제가 다른 것도 매우 많다. 이를테면 이재용은 비흡연자로 알려졌지만, 드라마의 진성준은 애연가다.

 

어쨌든 '재벌집 막내아들'인 진성준은 정략결혼을 했으며, 비자금을 모으고,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순양의 주인이 되려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현실 속 '재벌집 막내아들' (외아들)인 이재용을 떠오르게 만든다.

 

하여, 진성준을 통해 이재용에게 살인교사, 악덕한 재벌 3세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홍석현과 jTBC는 정의로운 진도준 역할을 자처한 것이 '재벌집 막내아들'의 숨은 메세지가 되시겠다.


1960년대에 빅터 로스차일드에 대한 영국 귀족들의 풍자영화로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드라마가 jTBC에서 방영했고, 드라마 제작사 역시 중앙그룹 산하의 계열사인 SLL인만큼, 홍씨 오너 일가가 직접적으로 삼성가를 풍자하라고 주문했을 개연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내용들은 작가가 알아서 썼을 것이다. 작가가 홍씨 가문을 의식하고 알아서 아부를 떨었다고 할까나?

(아로 평: 응, 아부 잘 떨었다. 굿!)


참고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탄핵 및 이재용 퇴출을 도모했던 jTBC 홍석현의 작품인데, 이 시기 홍석현은 삼성 경영권을 장악할 방법을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음을 깨닫고, 쿠데타 수준의 실행까지 옮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래는 미디어오늘 기사.

"2016년 JTBC의 국정농단 보도 이후 두 집안은 사실상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이재용은 구속됐고, 홍석현은 삼성생명·중앙일보 집무실을 떠나야 했다. 연평균 100억 규모였던 JTBC 삼성 광고는 그해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삼성 광고 분류 대상에서 A등급이었던 중앙일보가 한겨레‧경향신문과 같은 C등급으로 이동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복수의 JTBC 기자들에 따르면 삼성 광고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JTBC가 삼성에 ‘한 방 먹인’ 느낌도 있다. "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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