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사쿠라 & 한자와 나오키의 교훈: 사회의 룰을 바꾸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돈과 권력을 얻어야 한다!

 

태평양 전쟁 시기 여러 국가를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켜놓고 철저하게 패배한 경험 때문인지,

일본인들은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자신들의 현실적 위치 역시 냉정하게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면에선 감정위주로 치우쳐 살아가는 미개한 한국인들에 비해서는 낫다.)

 

일본 만화가 '약자 (일본)가 강자 (미국)을 상대로 조금씩 힘을 길러가며, 이런 자기극복의 과정 끝에 마침내 승리한다'는 클리셰를 따르는 이유 역시 전후의 무의식적 콤플렉스에 기반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뭐 조금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과 자연재해(특히 지진)가 많았고, 수직적인 계급제도가 고착화된 일본 본토의 역사적, 지리적 특성상, 일반대중 사이에서 현실주의가 만연할 수밖에 없었던 탓도 크지만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 드라마 <드래곤 사쿠라>와 <한자와 나오키>는 일본인 특유의 현실주의적 감각에 기반해서 중요한 메세지를 전한다: 바로,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높은 위치에 오르라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드래곤 사쿠라>의 사쿠라기 선생은 편차치 최저의 3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학벌사회의 정점에 있는 도쿄대에 가라는 황당한 주문을 하고, <한자와 나오키> 시즌 2에서는 오오와다 상무가 한자와 나오키에게 은행장이 되라고 주문한 것이다.

 

백수 니트가 아무리 인문학적인 지식이 풍부해봤자 세상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상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 (인기/네트워크), 그 중에서도 돈이다.


<드래곤 사쿠라>에서 사쿠라기 선생이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똑똑한 놈들이 너희들을 착취하기 위해 사회의 온갖 룰들을 만드는 것이다. 너희들이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는, 도쿄대에 가야하는 이유는, 노예처럼 속고살지 않기 위해, 너희들 스스로 사회의 룰을 바꾸기 위해서다."고 역설하는 부분에서는 그 메세지의 명징함에 몸에서 전율이 흐를 정도다. 

 

그렇다. 사회의 온갖 룰들은 똑똑한 놈들이 남들보다 앞선 학벌, 네트워크, 자본력을 내세워서 대중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만들어져있다. 순자의 성악설에 절로 공감이 들만큼, 국제사회의 질서에 공정함이라고는 찾기 어렵다.

 

미국의 사기업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진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달러의 통화량과 이자율을 결정하는 방법, IMF와 세계은행이 경제지원을 담보로 제3세계에 갑질을 하는 방법, 블랙록이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로서 전세계 기업들에 이래라 저래라 요구사항을 요구하며 마침내 관철시키는 방법, 은행과 카드회사들이 교묘하게 고객들의 재산과 수수료를 떼가는 방법, 페이팔 마피아가 온라인 판매자들의 수수료를 착취하는 방법, 에어비앤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고객 리뷰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하는 방법, MS가 윈도우 OS 체제를 독점하고 애플이 아이폰 앱 생태계를 독점하는 방법, 구글이 검색시장과 유튜브 알고리즘을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조정하는 방법,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의 정보기관과 협조하여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선거에 활용하는 방법, 빅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장악하는 방법, 네이버와 다음이 실시간검색어와 뉴스 메인화면을 조작하는 방법 ㅡ 이 모두가 합법적이지만, 결코 민주적이거나 윤리적인 것은 아니다.

 

<드래곤 사쿠라>의 사쿠라기 선생이 지적한 것처럼, 이 모두가 똑똑한 놈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든 룰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불리는 삼성그룹이 '백혈병' 이슈로 잠시 언론의 도마 위로 올랐던 것 역시 '촛불시민'들의 위대한 힘 때문에 아니라 엘리엇 같이 삼성의 이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다국적 재벌기업들의 견제와 후원 덕분이다. (<손자병법>으로 따지면 '이이제이' 전술인 셈이다.) 그들의 도움 덕택에 참여연대가, 공정위가, jTBC가 삼성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고, 본보기로 이재용 역시 구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 별로 흥미는 없지만, jTBC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홍석현이 교묘하게 삼성과 조카인 이재용을 돌려까기 위해 만든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시청 중에 있다. 홍석현은 2016-7년 탄핵정국에서 삼성 탈취에 욕심을 낸 바 있다.)

 

결론은 뭐다?


당신이 세상의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도쿄대를 가야하며,

은행장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도쿄대나 은행장은 하나의 비유에 불과하지만,

자신을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속박하는 거대한 이익집단을 상대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돈과 권력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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