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 - 부나비는 별을 향해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나비 본연의 존재 목적에 충실할 때 다른 어떤 짐승도 가질 수 없는 불가사의한 육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 고명환: 올바른 인생의 궤도에 들어서면 믿을 수 없는 성공이 찾아오고, 복주머니가 계속 열린다


이 장난은 대단히 재미있었는데 막스가 번번이 나에 대해서도 같은 장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 가는 길에 갑자기 데미안이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돌아다보면 정말로 그는 거기에 있곤 하였다.
”정말로 너는 네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도록 할 수 있는 거니?”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는 흔쾌히 친절하고 조리있게 어른처럼 설명을 해주었다.
”아내. 그는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왜냐하면, 목사님은 그렇다고 말씀하시지만 사람은 자유 의지 같은 건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바를 생각하게 할 순 없듯이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생각하게 할 순 없어. 그러나 우린 사람들을 잘 관찰할 수는 있단 말이야. 그러면 때때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제법 정확하게 알아차릴 수가 있게 돼. 그렇게 되면 대개는 그 사람이 다음 순간엔 무엇을 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아주 간단해. 단지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지. 물론 연습이 필요하긴 해.
예를 들면, 나비 중에는 수컷보다는 암컷의 수가 훨씬 적은 종류의 부나비가 있어. 이 부나비도 역시 다른 곤충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번식을 하지. 수컷이 암컷을 수정시키면 암컷이 알을 낳는 거야. 만약 네가 지금 이 부나비 암컷을 한 마리 가지고 있다면---이런 실험은 자연과학자들이 자주 하는데---밤에 이 암컷을 찾아 수컷들이 날아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몇 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에서 날아 온 거야. 몇 시간이나 되는! 생각해봐. 수 킬로나 떨어진 곳에서도 수컷들은 그 부근에 있는 유일한 암컷을 아아차리는 거야. 사람들은 그 사실을 해명해보려고 애쓰지만 어려운 문제야. 일종의 냄새나, 그 비슷한 무엇이 있긴 할 거야. 사냥개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흔적을 추적해내는 것처럼 말이야. 알아듣겠니? 그것도 바로 이런 중류의 일이지. 자연계에서는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이 정도는 설명할 수 있겠지. 만일 그 부나비의 암컷이 수컷만큼 많이 있었다면 그것들도 그렇게 예민한 후각을갖게 되진 않았을 거야. 그것들은 짝을 찾는 일에 여러 대를 걸쳐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후각을 갖게 된 거야. 짐승이나 마찬가지로 인간도 자기의 모든 주의력과 온 의지를 어느 한곳에 모은다면 그것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거야. 그게 전부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 어떤 사람을 아주 세밀하게 관찰해보렴. 그럼 그 사람 자신보다도 그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게 될 거야.”
’독심술’이란 말을 꺼내어 오래 덮어두었던 크로머와의 사건을 상기시킬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 일은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아주 미묘한 문제가 되어 있었다. 수년 전에 그가 내 생활에 개입했었던 그 일에 대해서는 그나 나나 아주 은ㄱ느히 암시하는 일조차 없이 지내왔다. 마치 그 일이 없었던 것처럼 여기거나 아니면 서로가 상대편이 그 일에 대해선 깡그리 잊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은 상태였다. 한두 번쯤 함께 거리를 걷다가 크로머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지도 않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럼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니?” 나는 물었다. “넌 사람은 자유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면서도 또 사람이 그의 의지를 어느 곳에 집중시키면 자기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어. 그건 서로 일치되지 않는 말인걸. 내가 내 의지를 지배할 수 없다면 내 의지를 임의로 집중시킬 수도 없지 않겠니?”
그는 내 어깨를 쳤다. 그건 내가 그를 즐겁게 해주었을 때 그가 하는 행동이었다.
”좋아, 그걸 질문해줘서.”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은 항상 묻고 의심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만 그 문제는 지극히 단순해.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한 부나비가 자기의 의지를 별이라든가 또는 그밖의 어디엔가 집중시키려고 한다면 그건 불가능해. 단지---그 부나비들은 애당초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거야. 그것들은 오직 그들을 위해 의의와 가치가 있는 것,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절대로 가져야 하는 것만을 찾기 때문이야. 그렇게 할 때만이 믿을 수 없는 일조차 성공하게 되는 거야. ---그럴 때에 그들은 그들 외에 다른 어떤 짐승도 가질 수 없는 불가사의한 육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거야. 

 

//

 

다른 번역버전

 


p.71


"사람은 항상 되묻고 의심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만 그 문제는 지극히 단순해. 예를 들어 아까 이야기한 나방이 자기의 의지를 별이라든가 또는 그 밖의 어디엔가 집중하는 건 불가능해 단지- 그 나방들은 처음부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아. 오직 나방들에게 의의와 가치가 있는 것, 나방들이 필요로 하는 것, 꼭 얻어야만 하는 것들만 찾기 때문이야. 그렇게 할 때만이 믿을 수 없는 일까지 성공할 수 있는 거야.

 

//

 

https://www.youtube.com/watch?v=u6ZLVMFGBBc 



니체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단계

 

 

 

Comments

Popu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