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등지는 것에 동경이 있던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 인터뷰; '증발'이나 '거지'가 되는 것 같은 자기부정의 극을 통해 '무'라고 하는 궁극의 실존에 도달하려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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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선생님의 만화경력 가운데에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을 무렵에 갑자기 휙 창작을 그만두신 적이 몇 번 있었죠.

네, 항상 그렇지요(웃음). 제겐 상승하는 것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이 있습니다. 제가 상승해서 행복하게 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 행복을 바라면서도 행복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젊은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에게 있어 예기치 못한 행운으로 '복권에 당첨되었다' '집을 새로 지었다'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왠지 모르게 불행의 전조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것이 다른 사람보다 강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어딘가에서 행복을 바라고 있지요. 그 행복이라는 것도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지위나 재산을 남기는 그런 방향으로 가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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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이랑, 거지가 되는 것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자기부정의 극이라고 하는 점이에요. 자기부정을 함으로써 '무'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저는 무에 도달함으로써 온갖 번뇌와 마음의 동요도 가라앉아서 안정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종교적인 이야기가 되겠는데 자신을 번뇌와 속세에서 단절시켜 불문에 들어가는 것을 출가라고 합니다만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현실사회에 적응 못하고 출가한다고 합시다. 출가의 세계는 일반세계와 다르지요. 하지만 출가한 곳이 큰 교단이라고 한다면 교단이라는 (다른) 속세가 생기고 말았으니 거기에서 또 도망치는 스님이 꽤나 있었어요. 그러니까 스님이 증발했다 이 말이지요.
증발한 스님은 일반사회에서 빠져 나와 절에 들어가 그 절에서도 빠져 나오는 형태가 되었죠. 그러니까 조직을 부정해서 출가한 사람들이 거기서 또 조직을 만들어 버린다는 모순이 발생하고 만다는 소립니다. 말하자면 그것이 속세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거지요.
전 그런 곳에서도 증발해버린 스님에게 흥미가 솟습니다.
그래서 제 경우도 종교에 관심은 있어도 어디 특정교단에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결국엔 어쨌거나 저 개인이니까요.
다시 세이게츠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세이게츠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하이쿠 책을 읽고 있는데 '버드나무 집의 세이게츠'라는 거지 하이쿠 시인이 막말에서 메이지 시대에 걸쳐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거지라고 하는 것에 일단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마침 헌책방에 세이게츠에 관한 책이 있었기에 사서 읽기 시작했지요.
그랬더니 우연인데 세이게츠를 알기 전에 그가 살았던 이나다니를 여행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이나다니는 참 외졌다는 느낌을 주는 곳인데 이런 곳에 세이게츠가 거지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참 힘들었겠다 그런 상상을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역시 그런 삶의 방식에 동경 같은 걸 느끼거나 합니다.
비슷하게 산 사람으로 료칸에게도 흥미가 있습니다. 료칸도 훌륭한 사무라이였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우수한 간부후보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버리고 말았지요. 료칸도 세이게츠도 진정한 의미로 세상을 등진 사람이지요. 그러니까 전 철저하게 세상을 등진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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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선생님은 젊은시절에 여행을 자주 하셨습니다만 그것도 그 세상을 등지는 것에 대한 동경의 일환이었나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젊은 시절에 여행과 온천에 끌렸던 것도 그 초라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던 거지요.
지금은 변했지만 당시(1960년대에 후반에서 70년대 초)는 아직 초라한 움막 같은 여관이 있고 그랬는데 그런 곳에 묵고 있으면 세상에서 낙오해서 비참하게 된 기분을 유사체험 했습니다만 그것을 찾아서 온천에 간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분에 빠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하나 더 1류 여관에 묵거나 하면 긴장해서 아무 것도 못하겠는데 그런 초라한 여관에 묵으면 마음이 개방됩니다. 그래서 그런 여관을 찾아 돌아다녔지요.
그리고 상인여관에 끌려서 자주 묵었습니다. 그건 세상을 등지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만.
상인여관이라는 건 행상이 묵는 여관인데 거기에 묵어가는 사람은 놀러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러니까 일상 그 자체라 여관 사람의 응대도 그야말로 일상적인 태도지요. 생활을 그대로 드러낸 분위기인데 그곳에 있으면 일상 속에 제가 확실히 녹아 든 느낌이 들어서 안심이 돼요. 토호쿠 쪽 상인여관에 묵었을 때 다른 사람이 제가 버섯장수인 줄 알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기뻤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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