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검사 생활을 한 사람이 생각하는 '진짜 악인은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SSyvl8UDAIk

 

“진짜 악인이 존재하긴 할까?” 검사로 수천 명을 마주했지만, ‘진짜 악인’이라 느꼈던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은 죄를 지었지만, 그 안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검사 말년이 되어서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죠. 죗값은 분명히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도 함께 들여다보는 시선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요? 함께 생각해보는 영상입니다. ⚖️ 

 //

 

두뇌가 명석한 사람이라면 인간 본성을 선과 악으로 쉽게 재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부터 진즉에 눈치챘을테니, 구태여 검사생활 20년을 안해도 해당 명제("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에 대한 이해가 용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돈과 결부해서 생각해보면 이 명제가 더 명확해지죠. 가까운 사이라도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아무리 호인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상황이 바뀌면 태세가 돌변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정말로 돈을 갚겠다는 진실된 마음을 가져도 상황이 점차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순간이 닥치면 어쩔 수 없이 나몰라라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즉, 소수의 초인적인 인간을 제외하고서는 인간이 상황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인간을 조종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잡범들에게는 한없이 엄격했지만, 강력한 권한을 가진 독재정권들 앞에서는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판사와 검사들이 침묵으로 일관했던 한국의 지난 현대사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동조만 안했어도 양반이었습니다.) 산살바도르의 대주교 오스카르 아르눌포 로메로의 명언처럼, "정의는 뱀과 같아서 맨발로 다니는 사람만 무는" 것은 사람을 심판하는 법조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어떤 것이 죄고 아니고를 정의하고 심판을 내리려는 일체의 행위 자체가 인간의 오만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간들은 살아있는 산낙지를 그대로 입에 삼키고, 파리나 모기, 또는 개미를 죽일 때는 그것이 마치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인냥 행세하지만, 죽임을 당하는 생명체들 입장에서는 인간에게 '살해'를 당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만 대중들은 무지하고 이기적이기에 선과 악의 잣대를 인간, 그리고 인간과 가까운 몇몇 동물들 (강아지, 고양이 등)에게만 한정시켜 생각할 뿐, 결코 자신들이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죠. 가해자, 내지는 범죄자는 어디까지나 같은 인간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인간일 뿐입니다. 하여, "인간이 죄를 범하기 이전에 자연이 죄를 범한다"고 말했던 사드 후작의 말은 실로 진실인 것입니다. 자연세계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든 살리든 상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인구의 1~5% 정도인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간들을 '질서유지'의 명목으로 끊임없이 생산해냅니다. 자연의 본질적 질서를 '옳다', '그르다'와 같은 유치한 이분법으로 인간의 법정에서 판단해낼 수는 없습니다. 자연법과 실정법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인간사회의 법체계란, 조금 거칠 게 표현하면, 인간들 사이에서나 적용되는 소꿉놀이 재판정일 뿐입니다. 물론 자연세계에 보편적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사회 역시 그대로 따라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말하자면, 인간사회의 법체계는 지극히 인위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유치한 것이지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서 그 질서가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