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럽보다 더 역동적인 까닭;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과 캐나다는 코로나 직후 실업률이 치솟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유럽보다 훨씬 더 빠르게 고용률이 회복되었다; 단순히 실업률 지표로만 경기 동향을 볼 게 아니라, 다각적으로 봐야 (feat. 김진영 고려대 교수)

중앙일보 & 리셋코리아의 홍석현이 이런 기사 칼럼을 내세워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고용유연성을 확대하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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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보다 더 역동적인 까닭

중앙일보

입력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G7 선진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2022년부터 회복세를 보이지만, 각국의 회복 속도는 큰 차이가 있다. 2023년 2분기 독일 GDP는 2019년 4분기보다 겨우 0.2% 더 높지만, 미국은 6.1%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다음으로 회복 속도가 빠른 국가는 캐나다(3.5%), 일본(3%), 이탈리아(2.1%), 영국(1.8%), 프랑스(1.7%) 순이었다.

유럽 선진국들이 미국보다 느린 회복을 보인 이유로는 코로나 대응 정부 재정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차이점은 노동시장 제도에서 나타난다.

미국 성장률, 유럽 크게 따돌려
유연한 노동시장이 성장 동력
안전망 확충, 노동개혁 나서야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춘 미국·캐나다는 코로나 시기 실업률이 역대 4~5% 수준에서 급격하게 상승해, 각각 14.7%(2020년 4월)와 14.1%(2020년 5월)까지 올랐다. 반면 유럽 G7 국가들은 실업률이 2%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미국·캐나다의 실업률 급증은 노동시장에서 이직·해고가 비교적 쉬워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많은 노동자를 해고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는 늘어난 실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실업급여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였고, 이를 경제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활용하였다. 반면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은 유럽 선진국에서는 노동자 해고가 어려워 코로나 기간 기업 실적이 빠르게 나빠졌고, 정부는 이러한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는 방식의 재정정책을 채택하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되면서 미국 기업들은 활기를 되찾았고, 실업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노동시장에 복귀하였다. 이로써 실업률은 빠르게 하락해 최근 50년 동안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선진국들도 실업률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였다. 하지만 이들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높은 생산성을 가진 산업으로 노동자가 재배치되면서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었고, 이로써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는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에 급격한 경기 변동에도 쉽게 대응하며 신속하게 기력을 회복해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경기 변동에 대한 적응성을 향상해 줄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발전 잠재력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난 40년 동안 경제학은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이 인적자본, 즉 노동자와 그들의 지식·기술임을 입증해 왔다. 유연한 노동시장은 인적자본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함으로써 빠른 경제성장을 보장하고, 급변하는 세계 경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우수한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해 가장 적합한 근로자를 고용하여 생산성을 향상하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노동자 개인에게도 큰 혜택을 제공한다. 개인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은 노동시장에서 이직·구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노동시장이 경직되면 이러한 직업 탐색이 어려워지고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직장을 찾기 어려워진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근로자에게 이러한 탐색 과정은 특히 중요하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이러한 개혁은 제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 체계 개선을 먼저 시도하였지만, 이러한 노력조차도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진척이 더디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하고 있다. 이직·해고 후 구직 기간 생계를 지원하는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는 불안을 가중하는 변화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해고·구직과 관련이 적은 근로시간과 임금 체계 개혁이 유연화 정책의 첫 단계라고 인식하는 국민에겐 이마저도 우려의 대상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정책과 조화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실험 중인 서울시 안심소득사업도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고무적 방안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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