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거니의 질 경영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놓고 다 바꿔봐. "90년대까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입니다." 회장 취임사 中 회장이 된 뒤 이듬해이자 삼성그룹 창업 50주년이 되는 1988년에 삼성의 제2창업을 선언하고, 인간중심·기술중시·자율경영·사회공헌을 경영의 축으로 삼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그룹의 21세기 비전으로 정하였다. 일본인 고문인 후쿠다에게서 받은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1993년 6월 위로부터의 적극적인 혁신을 시작하였다.[25] 현재의 삼성 로고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안일한 직원들을 꾸짖기 위해 불량 핸드폰 15만 대를 구미공장에서 불태워 버린 애니콜 화형식은 전설로 전해질 정도. # 이기태 사장이라는 최고의 실무진이 애니콜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낸 것은 그의 역량과 이건희라는 비전가의 결단, 추진력이 어우러진 결과였으며 한 마디로 (긍정적인 의미의) 그 회장의 그 사장이었다. 그는 이러한 '신경영'을 통해 임원진들과 반대까지 물리치며[26] 극단적인 질적 개혁을 골자로 한 획기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해 나갔고 이 승부수는 통해 결국 삼성전자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후쿠다 고문에게는 매우 두둑히 챙겨줬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들을 다 제치게 도와줬다면서 욕을 먹기도 했다고 한다. 질적 개혁이 뭐 그리 대단한 비전에 의한 것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당시에 한국 대기업들 중에서는 이 정도의 경각심을 가진 곳이 거의 없었고, 당장 내수 매출이 잘 나오고 하니 해외 일류 기업들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괜찮다는 인식이 팽배했다.[27] 결국 LG전자는 이 때 삼성처럼 하지 못해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 라이징'의 저자인 기자 제프리 케인도 삼성이 오너 세습 경영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 오너의 신화를 흐릴 필요는 없다며 '이건희 회장은 냉전 이후의 시장 변화에 대해 미리 내다본 몇 안 되는 경영자였으며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글로벌 삼성은 없었다.'고 평가했을 정도였다. 디자인 혁명 역시 질적 혁신과 함께 글로벌 삼성을 만든 두 축 중 하나이다. 그는 '미래에는 핸드폰들 성능이 다 비슷비슷하게 좋아질 것이다'는 주장을 하며 그 때 가서 승패를 가릴 요소는 디자인이라 단정, 1990년대에는 삼성의 '디자인 혁신'을 지휘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선언한, 이른바 '밀라노 혁명'인데, 이건희는 여기서 '삼성의 디자인 경쟁력은 1.5류다, 고객들이 제품에 마음을 뺏기는데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0.6초인데, 그 짧은 순간을 사로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그룹 회의에서 심심하면 위기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매출이 100조를 넘어도 시장 흐름이 바뀔지 모르니 걱정, 매출이 줄면 줄었다고 걱정했다고 하며 이렇게 항상 경각심을 늦추지 않는 게 여러 CEO들의 특징이기도 하고, 삼성의 성장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텔의 前 CEO도 일본 업체에게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추월당한 다음엔 맨날 위기론에 빠져 있었다고. 다만 항상 그러는 건 아니라 2010년대 초반쯤엔 중국이 우릴 쫓아오려면 아직 멀었고, 일본은 힘이 빠졌다는 뉘앙스로 낙관론을 내놓기도 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위기 위기 위기'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재미있는 회고가 있다. 삼성사에서는 프랑크푸르트 선언, 애니콜 화형식으로 신삼성이 시작된 것으로 이야기하나, 당시 일본인 상무였던 요시카와 료조의 눈에는 이건희가 아무리 위기를 부르짖고 품질경영을 강조해도 임직원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였다고 한다. 지금도 이렇게 잘 나가는데 도련님이 귀찮게 하네 수준의 반응이었다고. 그러나 IMF 외환위기와 함께 삼성에게 정말 위기가 다가오자 이건희의 위기 강조는 일종의 예언적 통찰력으로 받아들여졌고 삼성에서 비로소 그가 강조한 질적 혁신이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기업을 이끄는 총수답게 경영 방식 또한 철두철미하고 세세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 법무팀에서 일했던 김용철이 쓴 책인 <삼성을 생각한다>에 나오는 지시사항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와 관련된 수많은 저서 중에는 제3자인 작가가 쓴 평전인 「이건희 스토리」라는 책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이미지와 다른 그의 삶을 알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흥미 위주라면 깊이는 없지만 이지성 작가의 '스물일곱 이건희처럼'도 킬링타임용으로는 괜찮다. 학술적으로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저술한 '이건희 경영학 | 삼성웨이'가 가장 깊이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관리의 삼성이라는 면에서 '자율경영'이 안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신경영만 봐도 당시 선언의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진 7-4제(7시 출근, 4시 퇴근)는 1990년대 후반에 벌써 사라졌다. 또 신경영 당시 이건희는 직원들에게 "회장이 잘못하거나 틀렸으면 '그게 아니라 이겁니다'라고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다. 사장, 비서실장이 회장한테 지적을 안 하는데 어떻게 과장, 부장이 이사, 상무한테 지적하느냐. 이것부터 고쳐라"고 강도 높게 주문했지만, 이 역시 사라졌다. 선대부터 이어져온 전통이긴 하지만 노조를 허용하지 않는 무노조 원칙을 고수했던 것도 주요 비판거리다. 다만 2010년대 이후부턴 원체 기업 규모가 커져서 그런지 노조가 사실상 허용됐다는 말도 있다. 이는 삼성 본사에서 설립된 노조가 아니라 삼성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당하는 회사에 있던 노조가 존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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