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디자이너가 가장 많고, 인구대비 명품 소비율이 1위인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없는 한국; 한국인들의 노예근성과 획일적인 사고방식 때문

 장광효 인터뷰 중

 

세계에서 K패션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만약 내가 30~40대라면 청담동에 안 있고 파리나 어디로 가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상품을 전 세계 시장에 뿌릴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명품을 좋아하는데 그 책임은 나한테도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숫자로 보면 우리나라가 아마 세계 1등일 것이다. 패션 학교도 학원까지 합하면 약 250군데로 우리나라가 제일 많다. 프랑스만 해도 10개가 안 되고 파리 시내에는 대여섯 개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서울만 해도 한 100군데가 넘는다. 그런데 왜 세계를 리드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안 나오나 싶다. 

 

 

그럼 K팝이나 영화와 달리 한국이 세계 패션계에서 주목 받고 있다고 보기에는 빠른가?

아직은 빠른 것 같다. K팝도 그냥 가만히 있는데 된 건 아니다. BTS가 꽃을 피웠지만 그전에 이미 아이돌그룹이나 걸그룹들이 가서 도전해 상위권에 올랐다가 컴백하고 그랬다. 패션은 장벽이 너무 높다. 나 같은 사람이 파리나 이탈리아에 가서 주문을 받으려고 한다면 세계 최고의 원단이나 봉제, 디자인을 갖추고 세계 최고급 홍보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패키지로 같이 움직여야 되는데 우리는 인프라가 약하다는 얘기 같다.

영화 같은 경우 수백억, 수천억씩 투자를 하지 않나. 그런데 패션은 개인이 한다. 돈 없는 개인 디자이너가 아이디어 하나 갖고 세계적인 명품과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이디어는 된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허상이고 그걸 실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구현할 수 있는 인프라나 자본력, 이런 것들이 미흡하다. 디자인을 할 수는 있지만 그걸 실제 명품으로 만들 수 있는 체계와 지원, 이런 것들이 안돼 있다.


우리나라 젊은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가 있고 할 수 있는 잠재력, 능력은 충분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마음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고 환타지가 들어가야 되는데 그게 돈 아니면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내가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패션쇼를 하는 것이다. 내가 후배들이 밟고 일어서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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