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율이 무려 62.4%, 30년 흑자 日 오빅 패밀리의 성공 비결; 1994년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영업이익 증가하며 전년 기록을 갱신 중; 타 일본기업과 대비되는, 하청을 주지 않고 자체 해결하여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오빅의 자전주의(自前主義) 내지는 장인정신; 10~20명 정도의 태스크포스 중심의 별동대로 효율적인 조직 운영; 가족주의적 문화와 종신고용제 채택; 폐쇄성을 지양하고 위 아래 구분없이 다양한 직급이 회의에 참여하여 아이디어 제시; 또한 급여를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결정; 오빅이나 미라이 공업, 호리바 제작소, 키엔스 등 일본에는 독자적인 경영 방식으로 전례없는 성공을 거둔 회사들이 있다; 성공의 방식은 사람마다, 기업마다 제각각인 것이니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3/12/14/LY4XFVNTHBABZISOJUWKJU5DIE/

 

기적에 가까운 성공 스토리를 써온 일본 기업이 있다. 오빅이라는 시스템통합(SI) 업체다. 올해 창사 55년을 맞은 오빅은 직원 수 1888명에 지난해 매출이 1002억엔(약 9100억원)이다. 겉으로 평범하지만 어떤 기라성 같은 기업도 흉내 내지 못한 금자탑을 쌓았다. 3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오빅의 영업이익은 29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625억엔에 달했으며, 올해는 700억엔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업이 30년간 매년 흑자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넘어서 30년간 오빅은 매해 전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쌓아왔다는 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기적의 신화’를 쓴 셈이다. 1994년 3.4%였던 오빅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높아져 2008년 30%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50%를 돌파한 뒤 2021년부터는 60%대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같은 시기에도 거침없이 실적이 향상됐다.

오빅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62.4%에 달해 동종 업계 대기업인 노무라종합연구소(16%), 이토추테크노설루션즈(8%), SCSK(12%)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제 오빅이 일본의 대표적인 고수익 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빅이 질주하는 비결을 WEEKLY BIZ가 들여다봤다.

그래픽=김의균
그래픽=김의균

◇하청·외주 최소화한다

도쿄에 본사를 둔 오빅은 회계·인사·생산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경영 관리 시스템을 판매·유지해 수익을 낸다. 주력 제품은 ‘오빅7′이라는 업무통합시스템(ERP)으로 약 2만5000여 개 기업이 도입했다.

오빅이 운영상 다른 기업과 가장 구별되는 특징은 일본의 전통적인 경영 철학이었다가 요즘은 많이 사라진 자전주의(自前主義)를 계속 유지해왔다는 데 있다. 자전주의란 개발에서 생산까지 하청이나 외주를 주지 않고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자사 기술·자원만 고집하면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요즘은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외부의 기술·노하우를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SI 업계에서는 하청·외주가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자전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오빅은 ‘이단아’라고 볼 수 있다.

오빅은 자전주의 원칙을 강조하며 당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외부 하청을 최소화한다. 대신 품질 관리와 기술 및 운영 노하우가 계속 사내에서 쌓이고 후배 직원들에게 전수되도록 했다. 작년 오빅의 SI 사업 외주 비용은 8700만엔으로 매출의 1%에도 못 미쳤다. 동종 업계 대기업인 NTT데이터의 매출에서 작업 위탁비 및 사업 위탁비가 차지하는 액수가 매출의 26%인 것과 분명하게 대비된다.

◇'별동대’식 횡단 조직 성과 높인다

오빅의 자전주의 철학은 독특한 조직 운영 방식으로 효율이 극대화된다. 오빅은 ‘워킹(working)’이라고 불리는 조직횡단형 팀을 운영한다. 사내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생길 경우 사원들이 원래의 소속과 무관하게 해당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워킹’을 구성해 모인다. 일종의 ‘별동대’나 ‘태스크포스(TF)’와 같은 조직인 워킹은 사원 10~20명 정도가 주체적으로 꾸린다. 오빅에는 모두 100개 이상의 워킹이 있으며, 사원들의 워킹 활동에 소속 부서의 상사가 관여하지 않아 자율성을 확보한다.

 

워킹의 의미에 대해 다치바나 쇼이치(橘昇一) 오빅 사장은 “조직을 수평화해서 위 아래로 의사소통이 동시에 가능하게 함으로써 사원 하나하나가 실적을 고려한 제안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워킹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되는 시스템 도입과 지원할 때 노하우를 사원들끼리 서로 공유하고 개선한 결과, 회사가 제공해야 하는 고객사 지원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워킹을 활용한 조직 관리가 효율을 높이면서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자전주의 원칙으로 회사를 운영하지만 조직이 폐쇄적으로 머물지 않도록 유도해 이익을 늘린다는 얘기다. 다양한 직급의 100명 넘게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각 팀에서의 실패 사례나 고객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다른 일본 기업에서 흔히 보지 못하는 오빅의 특징이다.

오빅은 인재 육성과 교육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신입 사원 교육은 입사 2~3년 차인 선배들이 담당해 서로 유대 관계를 키운다. 또한 급여를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정한다. 5년 차부터 입사 동기끼리 급여에서 차이가 생기기 시작해 중견 간부급에서는 동기끼리 급여 차이가 2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팀 단위의 업무가 많다는 특성을 감안해 팀 프로젝트 생산성도 임금에 반영한다.

◇사원 가족까지 운동회 참여한다

자전주의 경영 철학은 끈끈한 사내 문화를 구축해야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오빅은 지난 10월 오빅은 코로나 탓에 열지 못했던 ‘오빅 패밀리 운동회’를 4년 만에 다시 개최했다. 사원과 가족들이 3000명이나 모였다. 이 운동회는 올해 31번째로서 오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행사다. 다치바나 사장은 닛케이비즈니스에 “사원과 가족들까지 일체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좋다”고 했다. 오빅은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케이크를 나눠주기도 한다. 또한 가족주의적 문화를 강조하며 종신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오빅은 초기 퇴사율이 낮은 회사로도 주목받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의 입사 후 3년 이내 평균 이직률은 30% 정도인데, 오빅은 10%에도 달하지 않는다. 다쿠토 신지 무사시노대 교수는 오빅에 대해 “신입 직원을 소중하게 육성하는 방침이 사원들의 사명감과 업무 능력 향상으로 연결돼 실적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오빅의 노동 생산성(근로자 1인당 창출하는 부가가치)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오빅의 노동 생산성은 4034만엔으로서 노무라종합연구소(3210만엔), 이토추테크노설루션즈(2241만엔)를 현격한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해 오빅은 HR종합연구소를 비롯한 연구 기관들이 280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동 생산성을 10년 사이 2배로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인적자본 리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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