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싹쓸이 한 반도체 후공정 산업...한국은 10년 뒤쳐져; 대만은 공생공존을 추구하며 반도체 시장의 파이를 넓히고 있지만, 하청업체가 원가를 절감하면 단가도 같이 깎는 한국 대기업들; '우리 기술력을 너희에게 제공할 필요는 없다', '하청업체는 시키는 것이나 잘하면 된다', '너희들은 적당히 배고파야 말을 잘 듣는다'는 단시안적인 사고방식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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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만에 이어 일본까지 가세한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에서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려면 첨단 패키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천안, 온양 반도체 패키지 사업장을 방문한 것도 후공정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중시한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지디넷코리아가 3회에 걸쳐 국내 반도체 패키지 산업 현황을 긴급 점검하고 우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가 50% 이상 점유율로 삼성전자(17%)를 앞서고 있는 배경에는 첨단 공정 기술뿐 아니라 첨단 후공정(패키징·테스트)에 일찌감치 투자하고 생태계를 구축한 영향이 크다는 게 산업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면 한국은 대만과 비교해 첨단 패키지 기술이 10년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10대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에서 국내 기업은 전무하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2021년 반도체 후공정 매출 순위는 1위 ASE(대만), 2위 앰코(미국), 3위 JCET(중국), 4위 파워테크(대만), 5위 통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중국)이며, 상위 10개 업체에서 대만 6개, 중국 3개, 미국 1개 기업이 차지한다.

1, 2위인 ASE와 앰코가 각각 30%, 15% 점유율로 선두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전체 후공정 업체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6% 수준이다. 글로벌 톱20 순위에 국내 업체는 하나마이크론(11위), SFA반도체(12위), LB세미콘(17위) 단 3곳만 포함된다.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국내 후공정 업계는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대기업 물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의 기술 추격에 의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패키지의 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고부가 가치제품 전환과 첨단 패키지 기술 확보에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나 신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공백 기간을 감내할 여력이 없어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 후공정 업체는 여전히 2010년 초반에 머물러 있는 사업구조로 첨단 패키지에 대한 기술 변화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그래프=지디넷코리아

TSMC, 첨단 패키지 기술 선점…일본과 동맹 강화

대만이 반도체 후공정 기술에서 앞설 수 있었던 배경은 TSMC가 팹리스 업체에게 턴키 솔루션(범핑, 패키지, 테스트)을 제공하며 고객사를 확보해 왔고, 후공정 업체와 기술 협력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

또한 독자적으로 일찌감치 2011년부터 첨단 패키지 기술 개발에 뛰어든 것도 후공정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됐다. TSMC는 2022년 3월 고급 패키지 기술인 SoIC(system On Intergrated Chips)를 AMD의 고성능컴퓨팅(HPC)용 CPU 양산에 처음 적용했고, 기존 패키지 시설인 대만 마오리현 공장에 신규 장비를 투입해 7나노 제품 SoIC 인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5나노 공정 양산을 위한 패키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패키지 기판 1위 업체인 일본 이비덴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TSMC는 최근 일본 쓰쿠바시에 후공정 전문 연구개발 시설도 지었다.

대만 후공정 업체는 패키지 시설 투자 규모도 압도적이다. 대만 OSAT 1위 업체인 ASE는 2021년 WLP(웨이퍼 레벨 패키지)와 SiP(시스템 인 패키지)에 20억 달러(2조2224억원)의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ASE는 고객사인 TSMC가 2024년 생산을 목표로 건설 중인 대만 가오슝 주변에 WLP 공장을 건립할 예정이다. 또 ASE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새로운 패키지 및 테스트 공장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건설 중이다.

2위, 3위인 앰코(미국)와 JCET(중국)도 각각 7억 달러, 5억 달러의 생산시설 확대에 투자를 단행했다. 앰코는 베트남 박닌성에 WLP, SiP 생산 공장 설립을 확정했으며, 이를 통해 베트남에 위치한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에 패키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들 OSAT 업체는 글로벌 주요 파운드리 업체 주변에 공장을 구축함으로써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수익을 다시 첨단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후공정 업체 ASE의 말레이시아 공장(사진=ASE)

삼성전자, 첨단 패키지 기술에 고군분투…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필요

삼성전자도 뒤늦게 첨단 패키지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8년 말 패키지 제조·연구조직을 통합해 TSP(Test & system Package)라는 총괄조직을 신설하고, 2019년 삼성전기로부터 PLP(패널레벨패키지) 사업을 인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DS부문 내 AVP(어드밴스트 패키지)팀을 신설하는 등 패키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직 칩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 여러 개의 칩을 수직으로 쌓는 3D 패키지 기술 '엑스큐브(X-CUBE)' 등을 주력으로 첨단 패키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TSMC와 패키지 기술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0년간 반도체 패키지를 연구한 최광성 ETRI 실장은 "TSMC와 한국의 첨단 패키지 기술력 차이는 10년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TSMC는 이미 2011년부터 칩렛 기술을 개발해 양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15년간 발전시켜 지금 한국이 만들고 싶어 하는 2.5D 인공지능 모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대만에 비해 상당히 뒤쳐져 있다"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에 HBM(고대역폭 메모리)가 적용된 것 외에는 모든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국내 패키지 기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생태계 구축,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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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성 실장은 "대만과 일본과 협력 관계를 넘어 이제 동맹을 밝히는 단계에 와 있고,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수백조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혼자 싸우고 있다"라며 "개별 기업이 아닌 정부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통합 플랫폼을 통해 기업 상생 형태의 유기적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은 "국내 기업의 상생협력 생태계를 유도하기 위해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OSAT 업체 간 통합 패키지 R&D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고, 반도체 패키지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과 학생 참여를 위한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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