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트 러셀이 존경한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은 플라폰의 이데아,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스피노자와 아인슈타인의 범신론, 19세기 물리학의 에테르론, 힌두교와 불교의 무시무종 우주론을 연상시킬만큼 세련되었다

 

아페이론
    그는 아페이론이 근원(아르케)이자 원소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공기나 물이나 다른 무엇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여긴 반면, 아낙시만드로스는 실체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사라지지도 않고 무한히 운동하는 물질인 아페이론(ἄπειρον)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아페이론은 "무한정한 것"을 말한다. 이 무한정한 아페이론에서 하늘과 무수한 세계들이 생겨나고, 다시 모든 것이 이것으로 소멸된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은 시간의 질서에 따라 무한이 되풀이 된다. 아페이론은 사멸하거나 파괴되지 않지만, 변화의 과정 중에서 뜨거운 것, 차가운 것, 메마른 것, 축축한 것 등의 대립자들로 나뉘어진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아페이론은 다른 모든 것들의 근원이자 모든 것을 포함하고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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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헬렌의 후손들도, 시리아 사람들처럼, 사람이 축축한 것에서 생겼다고 믿기 때문에, 조상 대대로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친다. 그 때문에 그들은 물고기를 함께 자란 동족처럼 숭배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아낙시만드로스보다 더 합리적으로 탐구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 물고기와 사람들이 같은 부모들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처음에 사람들은 마치 상어들처럼 물고기들 안에서 태어나 길러졌고, 충분히 자활할 수 있게 되자 그때 밖으로 나와 땅으로 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 DK12A30 『향연』 Ⅷ.8 4. 730e [6]

아낙시만드로스는 놀랍도록 현대의 진화론과 비슷한 주장을 이미 했었다. 사람은 태초에 물고기였다는 것이다. 이 말을 2500년 전의 사람이 먼저 말했었고, 그 세월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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