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 찬가

1. 

현실세계에서 초인이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존재 때문이다.

매력없는 사람들을 보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감정노동은 괴로운 것이다.

매력없는 세계의 풍경을 보고 희열을 느끼거나, 열정을 느끼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2.

그동안 내가 초인이 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히 그동안 내가 운이 없었다는 데에 있다. 매력없는 인간군상들과 매력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다보니 내 본연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없었다.

 

3.

세계는 형이하적인 물질과 형이상적인 정신이라는 이중거울로 이루어진 다면체이다.

현실세계의 풍경은 언제나 고루하고 짜증나지만,

그 본질인 이데아의 풍경은 언제나 매혹적이고 다채롭다.

 

전자는 에고의 이해관계에 묶여있는 불완전한 세계지만,

후자는 절대의식의 진선미가 불순물없이 드러나는 완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4.

이데아의 풍경을 파동의 형태로 응축한 것이 음악이라면,

음악은 이데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하여, 나는 음악을 들으며 현상세계를 초월하는 실재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지극한 감동을 느끼는 것이며,

음악 속에 인간 본연의 생명력이 숨어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5.

잘못 끼워진 현실세계의 단추를

현실을 초월하는 이데아 본연의 가치로 환원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이상의 초인적인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6.

한 개인의 인생은,

또 그 개인이 이루는 세계는,

전율하는 세계사의 한 장면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드라마틱해야 하며,

감동적이어야 한다.

 

인생의 심연 속 가장 밑바닥에 있는 풍경은, 

하늘에 뜬 별처럼 초롱초롱 빛나야 하고,

섬광처럼 강렬해야 하며,

우주처럼 드넓어야 하고,

산처럼 높아야 하며,

바다처럼 깊어야 한다.


7.

피에르 트뤼도의 강렬한 눈빛,

1990년대 일본 트렌디 드라마의 청춘찬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실패에서 일어난 사람들,

먼지 한줌에서 재벌기업을 일군 남자들,

과할 정도로 이상의 구현에 몰두한 혁명가들,

뜨거웠던 1960년대 학생운동의 열기,

아방가르드와 초현실주의 예술,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

<디지몬 어드벤쳐>와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개막,

병마에 신음하다 회복되었을 때의 상쾌함,

군대에서 전역하고 난 뒤 느낀 해방감, 

악성 베토벤의 명곡, 

가슴이 찢어질 듯한 실연의 아픔,

죽음과 폭력, 부조리, 고독에 대한 공포,

중세의 어둠을 끝낸 근대 유럽의 르네상스,

밤새서 하나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을 때의 짜릿함, 

잔뜩 굶다 허기진 배를 채웠을 때, 또는 갈증으로 괴로워하다 물 한잔 들이켰을 때의 쾌감,

어느 벚꽃 휘날리는 봄 날 길거리에서 첫 눈에 반한 경험...

 

이 모든 강렬한 풍경들이 인생을 강렬하게 만들어줄 것이며,

평범한 것들을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줄 것이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져줄 것이다.

 

8.

열정과 이성, 이 중 어느 것이 더 혁명가에게 필요한 자질일까?

역사는 박정희나 덩샤오핑, 리콴유, 브레진스키가 열정주의자가 아니라 이성주의자에 더 가까웠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에서의 실현 가능성을 하나씩 따져보는 냉철한 이성의 존재 없이 혁명은 탁상공론에 그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실패한 베네수엘라의 화폐개혁이 하나의 좋은 사례다.

열정은 (진정한) 혁명가보다는 예술가의 자질에 더 가깝다. 예술가는 열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이성이 구현하지 못하는 전혀 새로운 세계, 전무후무한 삼천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다.

그러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은 가장 위대한 이성과 가장 위대한 열정이 결합할 때 일어나는 것이다.


9.

무료한 일상을 뚫고나와

역사에, 개인사에, 한 획을 그으려는

초인은 평범해서는 안 된다.

 

초인적인 의지로 시련과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그는 전율의 세계사를 완성시킬 주인공이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고 비범하게 살아야 하며,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매력적인 교화의 대상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심지어 절대고독 속에서도

그는 세계 전체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삼고 마음껏 뛰놀아야 한다.


10.

인생의 매 순간은 유한하며,

따라서 인생은 그 본질상 통렬하기 그지없다.

 

한번 지나간 청춘은 다시 오지 않으니,

모래처럼 사르르 빠져나가는

지금 이 순간을 잡아야한다.


11.

생각이 그 본질상 파동이자 에너지라면,

생각에 지속적인 에너지를 부여해야 

그것이 물질로 실체화된다.

 

지금의 상황이 어떻든 항상 결과에서부터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그 에너지가

결국 모든 것을 이루게 할 것이다.

 

초인은 무엇보다 자기 생각의 힘으로 말미암아 초인인 것이다.


설령 지금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 있다 할지언정,

또 내가 하는 일이 결국 모래 한 줌의 가치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할지언정,

자신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고 나아가야 한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초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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