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6강 진출하던 날, 함성 소리를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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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니칸스포츠(日刊스포츠)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신문인, 니칸스포츠(日刊스포츠)는 오카다 일본대표팀 감독에 대해 무척 비판적인 기사를 썼었다. 그랬었는데, 카메론과의 1차전에서 승리한 이후 오카다 감독(岡田監督)을 ‘岡ちゃん(오카짱)’으로, 무척 애교 있게 부르고 있다. ~짱(ちゃん)은 일본에서 친한 사이에 이름 뒤에 붙이는 애칭이다. 본선 전까지의 비판은 ‘사랑의 매’였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보다.


26일자는 1면과 마지막 면을 이어서 사진과 타이틀을 크게 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오카짱’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른쪽에 세로로 이렇게 적혀있다.

 

오카짱은 강해요(岡ちゃんは強いんだ)

 

일본이 16강 진출을 놓고 덴마크와 경기를 하고 있던 6월 25일 새벽, 동네 여기저기를 돌며 배달 중이었다. 내가 일을 시작할 때 경기가 시작돼서, 배달을 끝마칠 때쯤 경기도 끝났다. 배달하는 내내 아무런 함성소리를 듣지 못했다. 함성소리는커녕, 그 시간에 불이 켜진 집도 많지 않았다. 비록 이른 새벽시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조용해서, 처음엔 일본이 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겨도 그냥 이긴 게 아니라 3대 1로 이겼다. 이 정도 점수로 이겼다면 한국이라면,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적어도 3번은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서 16강에 진출하던 날 아침은,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다만 늘 같은 시간에 개 데리고 산책하던 사람들이 몇 명 안 보였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월드컵에 관심이 전혀 없진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이다.

 

월드컵이 일본에서도 특별한 이벤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열광적인’ 분위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온 국민이 옹기종기 모여 월드컵 얘기를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특히 일본대표팀은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채 남아공으로 향했다. 한국대표팀은 뜨거운 환대를 받으며, 16강 진출에 대한 큰 기대를 받으며 출국했지만, 일본대표팀은 언론(신문)한테 욕(?) 먹으며 출국했다.

 

카메론과의 첫 경기에서 이기기 전까지만 해도, 3전 전패할 것 같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특히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2대 0으로 졌을 때, 분위기가 가장 가라앉았던 것 같다. 단순히 졌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경기 중 해설자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고등학생들 축구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구저쩌구… 프로 선수다운 모습을…”

 

그랬던,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일본대표팀이었는데,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16강전에 진출했다. 2002년 히딩크 감독도 평가전 때까지만 해도 욕을 많이 먹었었는데, 4강 신화를 이룩하였다. 역시 프로는 ‘입’이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한국과 일본이 16강을 넘어 8강, 4강으로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두 나라 모두 1차 목표는 완수하였다. 지금부턴 져도 욕먹을 상황이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

 

6월 25일 아사히신문 석간

 

6월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경제신문) 석간

 

6월 25일 도쿄신문 석간

 

큰소리를 작게 하는 응원도구...??

어쩌면 이 제품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단적으로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NHK 아침뉴스에 ‘우리 마을 정보실(まちかど情報室)’이라는 코너가 있다. 일상생활에 유용한 신제품을 소개하는 코너이다.


6월 4일(금)에는 盛り上げよう!家でのサッカー観戦(열광해 보자! 집에서의 축구 관전)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제품을 소개했다. 그 중에 큰 소리를 작게 하는 응원도구도 있었다. 시차 때문에 경기가 주로 한밤중 혹은 새벽에 열리는데, 일본이 골을 넣었을 때 큰 소리로 함성을 지르면 이웃집에 폐를 끼치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제품이란다. 항아리처럼 생긴 이 제품을 입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면, 소리가 작아진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국이 골을 넣었을 때는, 이웃집과 누구 목소리가 더 큰가 경쟁하는 게 미덕이건만, 일본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물론 이 제품은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졌다. 원래 용도는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이다. 스트레스 받을 때 주변 신경 쓰지 않고 크게 소리를 지르는 용도인데, 월드컵을 앞두고 ‘가정용 응원도구’로 변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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