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겨울, 그리고 러브레터
일본 창가학회의 지원을 받고 대통령이 된 김대중은 1998년도 일본문화를 한국에 전면개방했다. 전면개방의 제1호로 선택된 작품은 기타노 다케시가 만든 야쿠자 영화 <하나비>였다. 그런데 당시 한국의 많은 식자층의 우려와 다르게, 일본문화 전면개방의 직격탄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일본 관광과 다르게) 일본 문화는 한국에서 마이너리티의 영역에 속하며, 그렇게 큰 파급력을 지니지 못한다.
그런데 일본 본토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1995)와 이 영화의 명대사인 "오겡끼데스까?" 만큼은 한국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며 상당수의 열성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유일하게 <러브레터>에 근접한 케이스로는 2002년 월드컵 때 방영하여 시청률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드 <사랑 따윈 필요없어>가 있다.)
아로가 직감하기에 <러브레터> 속에는 한국과 일본 문화를 이어주는 공통의 코드가 숨어있다. 이 작품을 잘 탐구해보면, 일본과 한국, 나아가 동북아시아 문화 전체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심전심의 문화, 겨울과 흰 눈으로 상징되는 순백의 사랑, 순애보에 대한 갈망, 청춘에 대한 그리움, 생과 죽음을 초월한 영원성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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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다. 그리고 <러브레터>도 생각났다. 아마 내년도, 내후년도, 그 이후에도, 계속 이맘 때쯤이면 이 영화가 생각날 것이다.
p.s.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브레터>의 곡은 장례식에 매우 어울리는 His Smile이다. 이 웅장한 트랙을 듣고 있다보면 자연 영원에 대해, 생의 본질에 대해, 묵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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