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에 걸친 치열한 법정공방을 이겨내고 이제야 삶의 자유를 누리려고 했던 어떤 영국 억만장자의 허무한 죽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461215?sid=105
초기 빅데이터 분석 회사 키운 IT 기업가
英 IT 생태계 키웠지만…굴곡 넘친 인생호화요트 침몰 사고로 행방불명된 테크 기업가 마이크 리치는 일명 '영국의 빌 게이츠'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다만 성공 가도를 달려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달리 그의 삶은 역경으로 가득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리치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테크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아일랜드 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영국으로 자리를 옮겨 명문 케임브리지대에서 고등 수학과 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동료들과 함께 케임브리지대 인근에 '오토노미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오토노미는 기업 데이터 분석, 적응형 패턴 인식 등에 특화한 소프트웨어를 만든 기업으로, 현재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뜨거운 화두인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ML)의 선도 기업 중 하나였다.
19일(현지시간) 오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포르티첼로 인근 해역에서 폭풍우로 요트가 침몰하는 사고가 났다. 이 보트에는 마이크 린치와 그의 딸이 타고 있었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린치는 2011년 오토노미를 미국 HP에 매각했는데, 당시 오토노미의 기업 가치는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에 달해 세계 기준으로도 손꼽히는 테크 기업 빅딜 중 하나였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마친 린치도 일약 영국 IT 산업의 '스타'로 떠올랐다.
영국 최대 억만장자 중 한 명이 된 린치는 이후 '인보크 캐피털'이라는 벤처캐피털(VC) 펀드의 공동 창업자로도 나섰으며, 영국의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현재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보안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다크트레이스도 린치가 초기 투자한 기업이다.
하지만 린치의 역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011년 오토노미가 HP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실적을 부풀려 기업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 이후 그는 미국에서 금융사기 등 15개 혐의로 기소됐으며, 올해까지 약 13년에 걸쳐 법정 공방을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1년간 가택연금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6월에야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마이크 린치가 2019년 영국 법원을 나서는 모습.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법정 다툼에 휘말리는 동안 린치는 아무런 사업 활동도 벌이지 못했으며, 투자자들이 그의 펀드를 이탈하면서 재산도 줄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집계하는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지난해 린치 부부의 순자산은 11억달러(약 1조4600억원)로, 여전히 억만장자이긴 하지만 수년 전과 비교하면 순위는 대폭 추락했다.
다만 린치는 만일 유죄가 확정됐다면 자신이 감옥 안에서 죽었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현재 상황에 안도하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6월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뒤 현지 매체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는 "앓고 있는 폐 질환 때문에 감옥 환경에서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를 위해 쉼 없이 일해 준 법률팀에 가장 큰 감사를 표하고, 이제 영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혁신을 위해 일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 2개월 만에 다시 한번 비극적인 소식이 그의 가족을 덮쳤다. 19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께 린치와 그의 딸이 탑승했던 전장 56m의 호화요트가 시칠리아섬 인근 해안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으며 15명이 구조됐는데, 실종자 중에는 린치와 딸 해나(18)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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